우리 엄마에겐 나를 낳은 기쁨이고, 소라에겐 느즈막이 알게 된 술 한잔의 알딸딸함이, 모태솔로던 명규가 시작한 연애가 그렇다. 그리고 나는 운동을 통해 몰랐던 몇을 알아간다.
나는 여성 호르몬이 많은 사람이었다.
짧지만 운동중독에 빠질 만큼 좋아하고, 많이 했고, 잘 하고자 한다. 사먹은 닭 찌찌만 해도 양계장을 차린다. 책꽂이엔 해부학 서적도 꽂혀 있다. 잡잡구리 지식이 쌓여 퍼스널 트레이너 되기까지 고민해 본 나이지만, 에휴. 근육 성장이 더디다. 들인 공에 비해 근육이 자라지 않는다. 근육근육한 몸을 바란 건 아니지만, 안 근육근육한 몸을 바란 것도 아니니까. 그럴때면 옆에 있던 근육쟁이 남자에게 질투를 느낀다. 펌핑 몇 번이면 풍선처럼 풍풍 불어 나던데, 나는 뭐야. 죽어라 무게쳐야, 각고로 노력해야 찔끔하고 근육 생기는나는, 여성 호르몬이 콸콸 흐르는 사람이다.
남자라고 다 중량 운동에 능하지 않다.
10kg, 20kg의 덤벨 번쩍 번쩍 드는 남자는, 한정되어 있다. 어제는 안타까운 일 하나 있었다. 케이블 등 운동 하는 중이었다. 옆에는 기구에서 프리 스쾃 하는 30후 40초즈음의 남성이 있었는데, 쉬는 틈에 본 그는 바벨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심하게 무리한 모양이다. 한동안그 자세였다. 이쯤되면 묻고싶다. 왜, 감당 가능한 중량을 넘어야 했을까. 남자라는 이유로 이정도쯤이라 여겼으려나.
모든 남자가 운동을 다 잘하는 것도 아니다. 헬장에여친 데려와 말도 안되는 운동가르쳐 주는 오빠가 있다. 남자는 군대에서 배운 몇을 데이트에 써먹는 중으로 보인다. 오빠가 그른 자세친절히 알려주면, 더 안해 본 여친은 열심히 따라한다. 맙소사. 그러다 다쳐요들.
양말로 패션 센스를 맞춘다.
헬스장 공용 찜질복은 반팔, 반바지다. 운동화 위 빼꼼 솟아난 양말 훤히 보인다는 얘기다. 특히 검정색 양복 양말 길게 늘어신은 다리는 유독 잘 띈다. 발목이 시려 그런 걸지 모르겠다. 아님 요즘 유행한다는 삭스 패션인 건지도 모른다. 아마 열의 아홉은 출근때 신었던 양말 그대로 신고 온 것 뿐이겠다. 어쨌거나 말이지. 헬스장 밖에서 만난 당신은 검정 양말과 샌들을 같이 신고 다닐 것만 같다.
발목의 흰 양말로 나타나는 일부도 있다. 어쩐지 운동화 윗둥에 똑 떨어지는 흰 색의 컬러가, 헬스장 패션마저 신경 쓴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나 찜질복 차림이지, 밖에선 댄디남이지 않을까. 발가락 신발신고 온 사람은 나도 알 수 없다.
나에게 꾸준함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좀 어수선한 사람이라 한 번에 여럿을 벌리고, 지긋함 대신 가볍게 발만 담그는 걸 좋아해 상상 못한 꾸준함이, 나에게도 있었다. 처음은 나와 한 약속만 지키자 했다. 출근 도장만 찍자 했다. 억지 발걸음이었는데, 하루, 이틀, 나흘, 칠년이 지났다. 이정도면 꾸준하다. 꾸준함은 나에게 남다른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넌 그런 사람이라는,자존감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