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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10. 2020

E06. 헬스장 신음


사방팔방 신음이 메아리 되어 퍼져온다.


"흡! 흡!"

"끄으으악차. 끄으으으으으악차으."

"~~~(아랫니와 윗니가 만나 지글대는 소리)"


왜 내는 소리인지는 모른다. 다만 나도 내고 있을 뿐이다.


"흐으으으어. 흡! 흐으으읏차."


나는 좀 여성인지라 분홍의 의성어를 낸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났다. 썰을 풀자면 호흡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근력 운동에도 호흡법이 있다. 힘 쓸때 "흡" 준비 동작으로 돌아갈 때 "하", 흡과 하가 그거다. 수영장 가면 음과 파만 가르치듯, 나는 여기서 흡과 하를 배웠다. 흡과 하의 반복이다. 그러다 지지부진한 초급반을 졸업하고 리듬을 타게 된다. 자유자제의 호흡이 가능해진 거다. 근육의 수축이완에 따라 자동과 자율적으로 뱉고 마시고를 하며, 흡하밖에 모르던 녀석이 둠칫 거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다. 나도 모르는 의성어가 나의 입에서 세어 나온다.

움파!

사실 운동은 가슴, 등, 팔, 복근, 엉덩이, 그리고 앞다리, 뒷다리와  머리와 입 모두를 사용한다. 우리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슴 운동을 하고 있어도 팔과 등이 개입되고, 적어도 복근과 엉덩이, 그리고 다리 모두는 긴장을 한다. 머리라고 놀지 않는다. 동작을 하기 위해 머리부터 주문이 들어간다. 동작 중에도 마찬가지. 신호와 주문 주고 받느라 상념이 들어 찰 틈이 없다. 그래서 운동이 매력적이다. 상념, 번뇌, 기타 잡스러운 생각들을 멈추게 돕는다. 마음도 운동을 하는데, 머슬-마인드 커넥션(*근육과 정신을 잇다)이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마저 운동을. 어디 하나 놀고 먹는 부위가 없다.


"흐으으으어. 흡! 흐으으읏차." 


확실히 추임새는 또 다른 보조 수단이다.

트쌤(*트레이너 선생님의 약칭)의 구령, "하나만 더, 하나만 더!"도 그렇고, 마스크에 가린 채 외치는 "쒸발!!!" 따위 발악도 그렇다. 아주 큰 힘이 필요할 땐 욕을 빌린다. 욕에는 힘이 있어 겁을 주기 위해 (욕)하고, 겁을 이겨내기 위해 (욕을)쓴다. 무식하게 뱉으면 한도 끝도 없이 추잡한 말이지만, 요긴하게만 쓰면 한껏 나를 강화시킨다. 없던 용기와 깡을 만든다. 이까짓 것은 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음이 상기 된다. ㅅㅂ 두 음절에는 고결한 정신이 깃들어 "흐으으으어. 흡! 흐으으읏차." 와 함께 쓰면 아주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한 번씩 빌려쓸만 하다.


몸과 머리, 마음, 그리고 입 모두가 단련을 한다.

어디하나 허투로 쓰이지 않는, 운동하는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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