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도 남과 여가 모이는 곳이라 이성을 의식하고, 멋지거나 예쁜, 혹은 몸 좋은 사람 마주치면 눈길 한 번 더 주게 되어있다. 본능은 자연과도 같아 별 다른 도리란 없다. 어쩌다 연애도 이루어진다. 자급자족 시스템이나 트쌤(*트레이너 선생 약칭) 중매가 그 수단이다. 중매라니 특별한 건 없고, 수업하는 회원 중 매칭 되는 짝을 골라 소개팅 주선하는 모양이었다. 나의 두번째 트쌤이 이 분야 고수였는데, 기회가 되면 추가 이야기를 풀겠다.
헬스장 단골인 내가 아는 사실을 헬린이 차장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꾸준히 해온 운동인 걸 알고 동료 안 모 차장이 내게 물었다.
"헬스장에 썸 같은 거 없어요?"
"^____^"
"에? 있다는 거에요? 없다는 거에요?"
"^____^"
"뭐야~"
"ㅋㅋㅋㅋ없다곤 할 수 없죠."
요즘들어 아저씨 집단이 무섭다. 안 모씨 옆 배 모 아저씨까지 가세해 달려 드는 바람에 일정 부분을 털어 놓게 된다.
우기는 나의 첫 트쌤이다. 나보다 대여섯은 덜 산 총각이었는데, 생각없이 해맑은 데가 있어 우기와 하는 수업 대부분이 즐거웠다. 우기는 생긴 게 못나지 않았고, 몸이 좋았고, 웃을 때 가끔 매력적이기도 했다. 특히 코 옆에 붙은 고소영 점은 그 아이 킬포(*킬링 포인트)다. 그런 우기는 나를 회원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누나로 보았다. 누가봐도 내가 어려뵀지만, 걔는 나보다 늙은 얼굴을 하고"누나! 누나." 거렸다. 걔한테 듣는 누나 소리가 어쩐지 기분 나빴어도 "누나"라, "누나"라 하지 말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그저 애교로 넘기기로 했다. 걔가 나를 늙은 여자 취급하는 사이, 나는 나보다 동생인 그를 한결같이 존경했다. 선생 대접을 잊지 않았다. "선생님"소리를 놓치 않았다.
사실 우기는 밑밥이다. 얘랑은 썸도, 쌈도, 된장도 없다. 다만트쌤 노릇하려는 이 친구 덕에 오늘 이야기가 전개 된다. 어느 수업 날이었다.
애초에 나와 했던 얘기가 달라졌다. 간만에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한 자리에 뚱딴지 같은 형 하나가 끼게 된 것이다. 느낌이 쎄-하다. 허나 이미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별 수 없이 오늘 저녁은 셋이 하는 걸로. 그렇게 30분 뒤. 식당에 왠 꾸꾸(*꾸민듯 꾸밈)한 남자가 먼저 와 앉아 있었다. 우기와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