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까옷 둘러 입고 탈의실을 나온다. 고스란히 드러나는 몸매로 하는 대중시설 이용은 처음이라 몸 (어디)둘바 모르겠지만, 곧 익숙해져 나만의 런웨이가 시작된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여자들 질투의 시선을, 남자들 쟤 누구야,의 시선을. 갓 찜질복에서 벗어나 처음 느낀 눈빛이기에 아직 어색하지만 이내 즐기기 시작한다. 거울에 비친 내게서 제법 운동녀 테가 난다. 좋아. 스미스 머신에서 스쾃 50개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존에 간다. 덤벨 몇 개를 들다 말고 다시 사이클로 향한다. 정수기로 가 물 한 모금도 마신다. 괜히 사방을 돌아다니고 싶은 날이다. 뽐내고 싶은 날이다.
그런 내 옆으로 여성 하나가 지나간다. 등 근육 사이로 드러난 아이보리 나시, 와인색의 긴 레깅스, 그리고 얹어 신은 3줄짜리 스포츠 양말. 새삥 티가 줄줄 난다. 운동화까지 지른듯 한데, 목에 금 체인만 없을 뿐. 제대로 플렉스다. 그녀 몰래 시선을 흘긴다. 한 번 힐끗, 두 번 힐끗. 그러다 후회가 밀려 온다. 조금 더 지를 걸, 나도 아디다스 양말 신고 올걸. 다음엔 더 예쁜 운동복으로 나타날테다. 둘 만의 런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