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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r 22. 2021

놀고 먹는 게 제일 좋아

무의식은 의식을 반영한다. 아침 출근길부터 떠오른 노래도 뽀로로의 “뽀롱뽀롱 뽀로로”였다.


“노는 게 제일 좋아. 흐흐흥 흐흐흠(찾아 본 가사엔 친구들 모여라, 라고 쓰여 있었다).”


이다지 놀고먹는 것을 좋아하던 놈팽이가 나였나, 싶을 정도로 놀고 싶다. 뜨고 싶은 때 눈을 떠 가볍게 밀린 카톡을 확인한 뒤, 아침부터 맥주 한 잔이 주는 취흥을 즐기고 싶다. 때로 낮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 맞는 두 번째 하루 중엔 글을 쓰고 싶다. 쓰다 지치면 예능을 보고, 보다 지치면 운동을 가고, 들어와 널부러져 쉬고 싶다. 이것마저 “아유 지겨와”지면, 그땐 책을 읽고 싶다. 24시간 놀고먹고 싶다. 그럼에도 뽀형 만큼 솔직-노는 게 제일 쥬아♡-했다간 먹고 사는 일마저 박탈당할까, 흥얼대는 게 전부다. “노는 게 제일 좋아♬ 흐흐흥 흐흐흠♪♮♭♬” 이토록 게으른 사람이 나는 아니었기에 이런 내가 어색하지만. 너 진짜 열심히 산다, 라는 말을 비아냥조로 듣고 살만큼 하나의 삶에 여러 역할을 맡고 있는 나니깨. ㅇㅇ, 역할부자임.


낯선 “나”이지만, 내 어제부터 이럴 줄 알긴 했다.

도래하는 월요를 가능한 늦게 만나기 위해 밤부터 나는 부엌 앞에 서성였나. 휴일이 끝나가는 일요가 되면, 토막으로 남은 일요 덩어리를 모짜렐라 치즈처럼 주욱 늘리고 싶어진다.


어제도 미룰 수 있다면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고 싶었다.

졸려 그대로 자게 된다면 눈 뜨는 그때로 나는 월요를 맞이할 것이다. 출근이라는 걸 하기 위해 깨지 않은 몸으로 이불 박차고 나와 가기 싫다, 하루만 쉬고 싶다, 으아악 월요일, 와 같은 발악을 내면에 털어놓고 있을 테다. 상상만으로 끔찍해, 그대로 야심한 라면을 끓였다. 남은 일요를 최대한 길게 늘리기 위함이었다. 먹으면 잠들지 않을 수 있고, 잠들지 않은 시간만큼 일요일이 길어질 테고, 음. 고프지 않은 배로 먹고 싶지 않은 라면을 굳이 끓인 건 그래서였다. 맥주 마시고 싶어서, 는 공연한 핑계일 뿐, 실은 회사 가기 싫어서, 힝. 주제에 참치와 양파까지 넣어 먹는 성의를 보였다.


김이 펄펄 나는 참치 라면을 커다란 국그릇 가득 담아 두고, 차디찬 맥주 한 잔 쫄쫄 따라 라면 오른 편에 두었다. 억지 한 템포 늘어난 듯한 기분이지만, 어쨌거나 끝날 뻔 했던 휴일이 자그맣게나마 연장된 거 같아 기분이 좋다. 끓여 놓은 라면은 왜 쓸데없이 맛까지 좋은지. 거나하게 해치우고 나니 밤 11시 40분. 미친 듯이 졸려졌다.


“노는 게 제일 좋아. 흐흐흥 흐흐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오늘을 지나본다.

사뿐사뿐 걸어가, 살금살금 이메일 회신을 하다, 총총대는 발걸음으로 재빠르게 퇴근을 할 것이다. 월요를 최대로 단축해낼 것이다.


노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놀고먹는 게 제일 쥬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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