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은경 Aug 29. 2020

작가로 먹고 살기

할 수 있겠죠?

(아직은 일지 여전히 일지, 아님 지금도 인지. 어쨌거나)직장인 이다.

"부캐"라는 말을 지난 7월쯤 처음 듣고

웨딩 부케가 제일 먼저 떠올랐던 89년생 뱀띠에게,

메캐(메인 캐릭터, 작가 지어냄)가 직딩, 부캐가 작가인 나다.


우연히 글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읽기에서 시작해 쓰기로 번져나간 건데, 누구는 대단하다며 칭송해 마지 않는 쓰기라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나 가볍고 쉬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미친착각에 빠졌다.


"우왕! 나 천잰가봐. 대박!"


국어가 싫어 이과로 도망친 나에게, 이상하게 쓰기는 처음부터 즐거운 일이었다.




인생에 즐거운 일은 제법 많았다.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시간도, 사람들 만나는 일도, 새로 시작하는 공부도, 알아가는 재미도, 배워가는 채움도, 하물며 양꼬치에 칭따오까지 모두.

즐거움이었으나 어딘가 성에 차지 않는 즐거움이었고, 그렇게 벌이를 위해 하는 직장생활과의 병행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작가가 되었다.

진정한 나의 쓸모를 찾은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 담고 있는 직종에, 나름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인으로 종사하는 것도 제법 의미있는 일이지만. 쓰기랑은 뭔가 달랐던 건. 우리회사의 이윤 말고 세상을 바꿀, 혹은 바꿔야 한다는 소명의식이라는 게 자라나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잘 써야한다고. 누구에게나 대체 될 수 있는 스민쟈 과장 그런 거 말고, 나라도 해야 하는 일. 그런 일이 작가에게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쓰는 일은 나에게 놀이와도 같다.

하고 싶은 걸 찾은 것 같은데 막상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자니 드는 의문.

좋아하는 오직 쓰는 일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것.

사실은 게으른 까닭에, 쉴 때는 반드시 쉬어야 하고, 일에 효율이란 없을 땐 그저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가, 과연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거다.


그리고 어쩌면

위에서 부터 '그리고 어쩌면'이라는 단어 타이핑에 단 몇 분으로 일필휘지 할 수 있었던 건,

메캐가 있어서 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어서 드는 생각 아닐까 싶기도.

메캐덕에 부캐에 부담이 없으니 언어 선택에도 고민이 덜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급 메캐가 고마워지려 한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직장에서는 도통, 여기, 오늘도 출근하는 이유가 '먹고 살기'뿐이라는 격한 공감에 그런거 아닐까.


좋은 곳에 잘 쓰이고 싶은데.

작가로 먹고 살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옛날 옛날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