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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Sep 01. 2020

초상권 침해의 기준

내 시선 속 당신 모습을 글로 쓴 게, 침해가 되나요?


"엄마. 뭐해? 나 조금 전에 엄마 책 계약하고 왔어."

"쓸데없이 그런 걸 뭐하러 했데? 저번 책에 엄마 얘기 썼으면 됐잖아. 뭘 엄마 얘기를 또 써 할 말 뭐 있다고."

"아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얘기가 주되긴 한데, 그냥 나랑 엄마 사이에 있었던 일 해프닝 형식으로 쓴거야."

"그런거야? 난 또 뭐라고."


지난 금요일.

퇴근 후 출판사에 들러 세번째 책 계약을 마치고 왔다.

투고투고투고투고~의 끝에 얻게 된 기회. 마침 내 글을 예쁘게 봐주게 봐주신 선생님 계시어 좋은 기회로 계약을 하게 되었고, 건물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다. 엄마 이야기니까.


왠지 한 소리 할 거 같긴 했다.

도통 드러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엄마.

본인 이야기 전국 교보에 깔린 다는 것에 대한 부담인가 보다. 축하받으려 건 전화에, 되려 언성 높이는 엄마를 보니 김이 샜다.


"설마 엄마 딸이, 엄마 흉 보자고 책 썼겠어? 좋은 뜻으로 쓴 거야."


안심시키기 위해서 까진 아니겠다만, 어쨌거나 간단하게 나마 책을 쓴 의도를 밝히며 통화를 마쳤다.


동생이 나를 불러 세웠다.


"언니. 몇 번째 장에 거기. 내 이야기 지워. 아니면 다시 써줘."

"내가 쓴 건데 왜 지워라 마라지?"

"아. 그럼 부탁할게. 지워줘 제발. 그렇게 비취는 거 싫단 말이야."

"흠. 생각 좀 해볼게."


얼핏 들어 간 초고 속 동생 이야기가 거슬렸나 보다. 궁금해 하기에 보여줬더니, 돌아오는 말은 당장 삭제하란다.

자기 이야기가 나쁘 게 쓰이는 게 싫다고 했다. 썼던 글은 동생은 고집쟁이라는 거였다. 고집쟁이였는데 그 고집이 뚝심으로 성장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는 글이었는데, 싫단다. 지인이 자기를 과거의 똥고집으로 기억하는 게 거슬린다고. 할 말 없던 건, 전작을 동생 지인이 몇 부 구매해 주어서였다. 이번에도 구매 가능성 충분한 잠재독자였다. 그들이 동생 똥고집을 알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직은 소중한 한 부, 한 부다. 믿고 출간해준 출판사 대표님을 위해 팔아야 한다.


그날로 동생 뜻에 맞추어 반 페이지를 수정했고, 최종 컨펌까지 받았다.


에세이를 주로 쓰면서는 주변 모두가 소재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의 시선에, 작가가 느낀대로 써나갔을 뿐인데. 엄마와 동생은 말했다. 내 이야기를 쓰지 말거나, 쓸 거면 잘 쓰라고.


어디까지가 검열의 대상인지 궁금해졌다.

오늘만해도 구남친 이야기 잠시 브런치에 실렸는데, 백년 만에 연락해 "올려도 됨?"하고 물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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