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스민과 나

요즘 일기

by 손은경

지극히 쓰고 싶던 요 며칠 나의 바람처럼, 오늘 지긋이 써보기로 한다. 이것은 일기. 어떤 일이 생겨서는 아니고, 그 일로 얻은 인사이트가 있어 쓰는 건 더더욱 아니라. 그저 쓰고 싶어 쓰는 글이니까 일기. 좋아요 덜 눌려도(그래도 한두 개는 좋잖아)되는 글이니까 일기. 요즘을 맴도는 말이니까 일기. 몇 일치 일기를 몰아 쓴다.






또 하나의 초고를 완성하고, 2주는 1118(일일일발견) 연재만 했다. 연재 시작한지 2주는 더 되었으니 그때는 초고와 1118 연재를 병행하고 있었던 셈이고, 정말 오롯이 2주는, 그러니까 내 기준에서 보면 짧은 글짓기만 해왔다. 발견을 목적으로 기록을 목표로 한 이 연재는 작가로 한 돋움하기 위함이었다. 매일 연재하지마라, 소중함 몰라주신다, 흥미가 떨어진다, 기타 잡잡한 조언에도 꿋꿋이 하고 있다. 오직 나를 위해 하는 일이라서다. 매일 연재는 나와 한 약속이었다. 폭발적 성장은 결국 조금씩 쌓은 꾸준함이 계기가 되어 오는걸 아니까. 발견하는 내 안목과 기록하는 내 쓰기에 보탬이고 싶었다. 보시건 말건(실은 안 보면 실망, 좋아요에 헤벌죽이었지만) 하루에 하는 하루 발견은 그런 거였다.





닥쳐 쓴 날이 많았다.

나와 정한 시간은 오전 11시 18분, 그러니까 1118에 의미를 부여한 11:18am이었다. 여유롭게 써 (회의만 없다면)제 시간에 ‘딸깍’하고 업로드하고 싶었다. 다만 그러지 못한 날이 더 많다. 당장 발견해야 할 대상부터 찾는 게 급선무인 날도 많았다. 시야에 걸그척 거리는 것부터 관찰했다. 어느 날은 양필통이었고 그래서 어떤 날은 김중혁 아저씨 책이었다. 관찰하며 발견한 느낌은 너끈히 서너 개는 되었다. 필통 그 이상에 지나지 않던 정물에 스토리가 그려졌다.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로맨스, 그러니까 뻗어나갈 장르가 서너 개쯤 떠올랐지만 쓰면서 증발되고 남은 한두 개를 끼적이던 시간이었다. 급히 썼다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반 페이지 안 되는 글에 1시간 이상을 소요했다. 읽고 또 읽다보니 흘러간 시간이었다. 짧게 압축한 글은 마중해야 할 게 많음을 배웠다.





인생 재미가 덜 할수록 하고 싶은 말은 준다. 내 경우에는. 쾌활하거나 활달하거나, 뭔가 ‘활’들어간 성격 동사를 주로 듣는다. 활기찬 사람인데 2021년 첫물과 끝물엔 그러지 못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봐야 하이 텐션이지만, 실은 이게 내 텐션은 아니라는 걸. 총기 가득 찬 나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하기 싫은 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변한다. 물속에서 펄떡펄떡 유영하던 내가 육지를 만나 숨을 잃은 것처럼 뻐끔댄다. 그러다 동작을 거둔다. 입 꼬리는 생선 입모양처럼 :(이 되더니 시들시들 시들하다. 가끔 일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아닌데, 그건 아닌데. 퇴사하고 나서 말하는 걸로 하고 일단 비밀로 할게.




:(

붕어입




2021년 연말에는 미친 듯 글쓰기 책과 책 쓰기 책을 읽었다. 나아지고 싶어서였다. 선배들한테 얻은 도움은 많다. 특히 장석주 선배, 스티븐 킹 선배, 앤 라모트 선배는 술 한 번 거하게 사야할 정도다. 그러나 술을 얻어먹어야 할 선배도 있다. 일부 선배로 인해 나를 가둘 틀이 생긴 건 분명하다.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글 위를 총총 뛰노는 내가 좋건만, 선배는 말이 많았다. 특정 형식까지 제시해 주던 선배는 정말이지. 나를 쓰지 못하게 했다. 물론 새 지평을 열었으니 도움이긴 한데, 지금에 와서는 과연 도움일까 싶다. 서평을 써도 내 스타일로 쓰는 편이다. 서평 쓰는 방법 강의, 이런 건 정말이지 별로다. 틀이 궁금한 사람은 아니라서. 그러니까 나는 선배들이 글과 책을 쓸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경청하고 싶었을 뿐이다.





단편을 쓴다. <사장과 나>라는 특별한 주제를 다룬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누가 내게 뭘 써야 하냐며 물었는데, 그때 답했다. 마땅한 주제는 가장 몰두해 있는 생각이라고. 쓰기 시작한 단편은 그래서다. 요즘 몰두해 있는 건 ‘그는 왜’. 몇 십 개의 밤이나 노력한지 모른다. 그를 이해하려는 나의 시도였고 이제는 닳디 닳은듯하다. 버겁다. 자본가였던 삶은 아직 없고, 노동자 삶이 전부라 그런 걸까. 돈이란 무엇인가. 그래, 그렇게 추구하는 자본이 뭐기에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이 난무하는 걸까. 우리 입에 당신을 오르락내리락 거리게 하는 그것을. <자본론>을 읽은 건 그래서다. 읽고 난 감흥이라면 그와 더 멀어졌다는 것. 유의미한 단편이 되길 바라본다.



sticker sticker



지난 주 백신을 맞고 목요일부터 일요일, 4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코 무엇도 하지 않으려 일부러 이 타이밍에 백신 맞은 거기도 했다. 작고 작은 미니은퇴를 만들었다. 휴식을 원했다. 서울 사는 피로를 느낀다. 그리고 해소하지 못한 피로가 제법 누적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했다. 더는 쌓이지 않도록 흘려보내도록, 즐겁도록. 어떤 부추김도 느낄 수 없도록 나를 (내)버려 둘 계획이었고, 허락한 건 먹고 자고 마시고 뿐.





간신히 읽고 쓰지 않고 4일을 버텼다. 백신 기운에 잠에 취한 덕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버텼다’ 생각하는 건 나는 알고 있던 것이다. 삶은 이어진다는 걸. 4일 뒤, 다시 살아야한다는 걸. 어제와 같은 오늘로 2022년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아 오는 불안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4일이 지나 오늘을 산다.

2022년 1월 3일 월요일, 평균에 속한다면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4일쯤은 별것 아니지.






ps.

글은 읽는 대상이 있어야 하니까

독자가 기다리는 글을 쓰는 게 맞지만

어떤 날은 화자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날은

도리 없이 나만 생각하며 쓰기로.


실은 그런 날을 더 자주 만나기 위해

당신을 생각하며 써 나가겠지만.

오늘은 봐주라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