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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Apr 26. 2022

결론이 뭐였을 거 같아요?

2화 그래서 어디까지 상상했




사건이 벌어질 당시 우리집 화장실엔 몇 가지 집기류가 있었다.





- 타월

- 생리대

- 쓰고 버린 휴지

- 메이크업 브러쉬

- 남편 면도기

- 향수

- 화장솜

- 나의 책 <헬스장 사람들>

- 모아나에게 받은 꽃 한 송이



<헬스장 사람들>을 제외하면 여느 집 화장실에 비치 된 물건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그의 상상의 범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걸 알았다.


다음의 증거품을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그를 상상했다. 어쩐지 현장 감식과 닮아 있었는데,

그의 추측은

각각의 물품마다 할 수 있는 제 역할, 예를 들자면 브러쉬로 털어내고 꽃잎으로 막음했을까? 따위로 진행했을 것이었다. 몇 가지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도 했겠다. 부드러운 표면을 가진 것, 버리면 그만인 것. 그러나 면도기의 경우는 살갗을 따갑게 했을 테지.


이런 식으로 그를 따라 걸으며 그의 상상을 뒤밟고 있있었다.

그러다 다음 대입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더 따라갈 수 없이 멈춰서야 했다.

화장솜.

휴지를 대신해 (가로 5cm x 세로 5cm 짜리)화장솜이 쓰일 걸 상상하는 그를 떠올리니

두피까지 삐쭉 솟은 찌릿함에 더는 견딜 수 없던 것이다.

화장솜쪽으로 손을 뻗으려던 그를 급히 말려야했다.

그에게 톡을 보냈다.




"그래서 결론이 뭐였을 거 같아요?"


고작 10초가 흘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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