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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y 02. 2022

[Interview]퇴사 40일차, 잘 지냅니까?(2)

쟈스민일보 인터뷰 2탄


-이전 글 : [Interview] 퇴사 40일차, 잘 지냅니까?(1)


(이어서)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퇴사할 때 뭐라고 하고 나오는 게 좋을까? 하는? 유종의 미를 거둘만한 퇴사사유, 꿀팁 있으신가요?


: 하하하. 저도 고민했던 거 같아요. 회사에서도 속내를 털어놓을 만한 대상 외 나머지 분들에겐 적당한 거짓말을 해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뭐라고 거짓해야 할지, 마땅히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전부 솔직하게 말하자니 그에게 상처일 것 같고. 왜 그럴 때 있잖아요. 할퀴면서까지 진실되고 싶지는 않았던 거죠. 그래서 그냥 다음의 문장을 차용해 버렸어요.




‘일신상의 이유’




일신상이라는 건 개인적이라는 거 잖아요. 물론 물으실겝니다. 사측에선 궁금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때 저는 이직한다고 둘러댔고요(웃음). 전 퇴사자들 보니 부산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고요. 불과 두 달 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났지만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그럼 작가님은 꿈과 생계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 당연히 생계입니다. 저는 인간의 기본욕구는 해결한 상태에서 양질의 창작이 나온다고 믿어요. 배고픈 상태에선 글에 힘을 실을 수 없고, 졸려운 상태에선 한 문장 떠나기가 그리 어렵듯이 말이죠. 잘 먹고, 푹 잔 뒤 준비된 컨디션으로 글을 쓸 수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질문이 잘못 된것 같기도 해요. 무엇이 더 중요하느냐 라기 보다 ‘무엇이 더 앞서 있느냐’하고 묻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꿈과 생계, 둘의 중요성을 크기로 따지자면 동일하고요 단지 앞서거나 뒷서거나 하는 정도의 '순위 차이'인듯 하니까요.





생계 문제로 인해 피로하다 보면 크게 생각할 여유가 부족할 거 같기도 해요. 당장 눈앞의 것들을 해결해야 할 테죠. 탁월할 시간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조금씩 떼어낸 여유를 통해 생성되는 것이라 믿기에 더욱 말입니다.





그러니까 일견 꿈을 쫓느라 의식주를 뒷전으로 둔(?) 사람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요(웃음). 단지 사랑하는 일을 통해 모든 성과를 내고 싶었어요. 지금도 꿈의 궤도에 벗어나지 않은 채 생계유지하는 법을 찾고 있어요.



사랑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



마지막으로 오늘도 마지못해 출근 한 퇴사 희망자들에게 전할 희망의 메시지라도요.


: 조금 먼저 용기 낸 까닭에 퇴사 선배가 될 수 있었습니다. 퇴사하겠다니 다들 용감하다, 라고 많이 해주셨는데 그러기까지 2년을 고민한 듯합니다. 그러다 퇴사라는 ‘때가 도래’하여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나 제로 상태로 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져도 ‘작가’라는 또 다른 자아가 턱 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회사 일보다 더더더 잘 하고 싶은 일이었고, 무엇보다 글 쓰고 보여주기는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노동이었습니다.





퇴사 결심 전, 나는 두 가지 실험을 통해 나를 간보았습니다. 과연 퇴사 자격이 있느냐를 셀프 체크한 것이죠. 첫 번째는 최악(도 아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었습니다. 시나리오에 나를 밀어 넣은 건데요. 막상 별 건 없더군요. 필요하다면 설거지 아르바이트라도, 짤막짤막 뭐라도 하면 되겠다고 생각드는 걸 보니 각오가 마련된 상태라는 게 스스로에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라는 걸 알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바닥까지 내려놓는다 생각하면 강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최악을 가정하고 실은 최악이 아님을 감지할 때. 우리의 마음엔 없던 힘이 생기도 하죠. 그래도 남아있는 것들이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를테면 건강, 가족, 단단해진 나. 가진 짐이 적어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합니다만. 하하. 짊어진 게 많이 없다는 건 적어도 용기가 필요할 때 만큼은 요긴하게 활용되더라고요. 어차피 빈손인데 뭘, 따위랄까요.





두 번째는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한 사람인가였습니다. 때론 남이 정한 통제에 맞춰 살기가 훨씬 편리하기도 합니다. 유연 근무하던 전 남자친구가 해준 이야기라 알고 있습니다. 통제에 관해선 작년 터키에 있던 게 아주 큰 힘이 되었습니다. 거기 있던 2개월 2주간, 나는 온전히 내 통제에 따라 보내야 하는 시간 속에도 글을 썼고, 운동을 했고, 하루를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자신감이 철저히 자기 컨트롤을 바탕으로 하는 프리랜서의 삶으로 나를 떨어뜨릴 수 있었습니다.







고민이 많을 줄로 압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가족 때문에, 고작 몇 푼 같아 보이는 월급 때문에 소주 한 잔에 삼켜 넘겨야 할 때도요.

참으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버티라거나 견디라는 말은 더더욱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스스로 노력 중인 여러분 일테니까요. 그러나 이 말은 드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힘을 기르세요. 그리고 나오세요. 바라는 건, 적어도 그곳에 있는 동안 체득할 수 있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배워 자신의 힘으로 만든 채 퇴사하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사회생활을 통해서만 자라는 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때를 맞이하거들랑 여태 기른 힘을 '회사 없이도 잘 먹고 잘 살 힘'으로 전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이건 추신이지만 그러니까 덧붙여야 할 만큼 꼭 해야 할 말이라···.

작가님 잘 할거라며, 전업창작자 된 것 축하한다고

염려보다 응원해 마지않은 그들에게 큰 감사를 전합니다.

열 마디 조언보다 ‘너는 해낼 거’라는 깨끗한 믿음이 절실했던 나였기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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