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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y 03. 2022

터키에 와 있는 기분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왼쪽 머리맡에 누인 네 얼굴이 있어

빽빽이 우거진 꼬부랑 검정 머리칼이랑 우뚝 길게 잘 뻗은 코가 보여

짙은 쌍커풀에 인형처럼 기다란 속눈썹, 깊은 네 눈도

그런 너를 보는 나는

터키에 온 기분이야





설탕으로 버무린 고추장에 췜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조물조물 무쳐낸 비빔국수 면치기를 하는 네가 있어

맵지도 않은 모양이야, 연신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 올려줘

맥도날드처럼 발그스름 붉게 물든 입가로 내게 미소짓는 너를 보는데,

한국이 내 나라가 아닌 기분이야

내가 어려서부터 먹어 온 비빔국수가 지중해 근처에 살던 네게도 맛있는 줄 몰랐어    




 

유튜브 보다가 '뿡' 한 네가 있어

그럴 때면 새삼 놀라. 외국인도 방구를 끼는 구나, 하고

나는 나랑 내 동생만 방구 끼는 줄 알았어.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나 같을 줄 알았으니까

네게 가스란 만들어지지 않을 거 같았어

그러나 너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우리 함께 살며 알았어

마치 전 세계와 공감한 기분이야     





오늘도 내게는 그런 네가 있어

강서에 있어도 터키 같게 하고, 한국에 있어도 유럽을 느끼게 해

그런 네가 있어 나는 좁지 않고 넓을 수 있어

세계를 품고 있어     


여러모로

너는 내게 럭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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