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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l 05. 2022

비건, 소수로 산다는 것

<나의 비건 분투기> 일부 스포


"그러나 당신이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다. 지금 먹은 음식이 당장 아프지 않다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존 맥두걸 저,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사이몬북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수록 의심도 함께 커가던 어느날, 운명처럼 도서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를 만났고 식생활에 혁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 존 맥두걸 박사에 따르면 인간은 육식에 적합하지 않고 부조화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었다. 그는 건강을 위해 일명 고생계우유(고기, 생선, 계란, 우유, 유제품을 외우기 쉽도록 본인이 줄인 말)를 삼가라 했다. 그의 진정성과 일관된 논리에 감복한 나는, 오케이 먹지 않겠노라 결심하니 이 같은 자를 ‘비건(vegan)’이라 한단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는 배제에 그치지 않고 자연 식물식(혹은 무가공 식물식)을 찾아 먹어야겠지만, 어쨌거나 비건이 되었다.



사찰음식점 : 나물과 배추전



새삼 비건의 삶은 소수에 가까웠다.

세상은 다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수에 의해 다수를 위해 제품은 생산되고 다수는 고생계우유를 섭취했다. 비건에게 여느 때 여느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상차림은 볼 수 있어도 먹을 수 없는 잔혹 그 자체다. 테이블은 소시지, 불고기, 계란, 차돌박이가 들어간 된장찌개, 참치가 들어간 김치볶음밥, 그 위엔 기포로 뽀글대는 모차렐라 치즈로 가득하다. 직접 해먹겠노라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어딘가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우유 따위가 첨가되어 있었다. 큰 장바구니 들고 가 달랑 상추와 깻잎, 고추장, 버섯, 두부만 사오던 기억이 난다.



채식 김밥



그들을 향한 나의 염려는 거짓말 혹은 작은 논쟁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그들은 ‘고기 먹어야 힘이 세지지’ 혹은 ‘골고루 먹어야지’와 같은 통념에 적응된 듯 하다. 불과 1년 2개월 전 나처럼. 허나 통념은 나를 관통해 해체에 이르렀지만 보다 견고하게 굳어진 그들 믿음은 결코 깨지고 싶지 않나 보다. 어쩌다 보니 그들에게 나는 ‘육식은 몸에 해롭다’ 말한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번번이 풀이 죽었다. 오해를 풀기 위해 존 맥두걸 박사 책에서 읽은 구절을 되뇌어 읊어야 했다.



“모두가 걸어가는 그 길, 널리 알려진 지식이 항상 옳은 길은 아닙니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주장한 것처럼 말입니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우유가 좋다,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한다, (…). 이와 같은 통념은 거짓이거나 지나친 과장입니다.” 

농부의사 임동규,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추천사 중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남기란 아직은 쉽지 않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수이고 때문에 가끔 시리다. 그러나 지고 싶지 않다. 나의 몸이 건강해진 것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정화시키기고 있고, 나아가 동물까지. 기꺼이 감수할 만한 일이 되어 간다.


책이 나왔다. 제목은 <나의 비건 분투기>로 식탁에 고생계우유를 배제하기까지, 몸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세 치 혀가 기억하는 고기 맛 때문에 ‘분투’가 되었다. 본문에는 소수의 애환도 실려있다. 가령 장 볼 때랄지, 외식 문제랄지, 회식자리에서랄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은 나아가 동물과 지구에까지 선한 영향을 미쳤다. 소수가 소수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건 관계 안에 우린 하나라는 믿음. 나와 동물과 지구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일에 가담된 소수에겐 마르지 않는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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