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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r 01. 2023

반대로 한국인이 본 튀르키예 신기한 점 3가지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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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센 삶의 현장, 외모에 대한 무궁한 관심, 반면 서로에겐 무관심한 사람들, ‘고독’이라는 단어를 차용해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빈도는 높아감에도 여전히 많은 시간 핸드폰과 보내는 것,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앞사람 밀치고서라도 나아가려는 할머니 할아버지, 돈가스나 짜파게티같이 맛있는 음식을 발견한 것, 광어 크기 1000만분의 1쯤 되면서 비린내는 어찌나 센지 멸치라는 놈을 입에 넣었다 바로 뱉은 것.     



튀르키예에서 온 남편 훈은 이것이 한국의 인상적이던 면면이라 했고 반대로, 이번엔 내가 남편 나라에 가 신기해 마지않던 면면을 이야기할까 한다. 어디까지나 한국이 전부이자 유일한 생의 방식이라 여기며 살았던 토종 한국인 ‘나’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 그 점에 착안하며 읽어주면 감사할 것이다. 높은 확률로 한국인이라 신기해 보이는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1. 금주가무(禁酒歌舞)

한국에 이런 사자성어가 있다. 음주가무(飮酒歌舞).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일이라고 국어사전은 친절히 가르친다. 어른이 되면 자주 하는 일이라 알고 있다. 이 사자성어는 음주(飮酒)와 가무(歌舞)를 합하여 만들어졌다. 둘은 따로 떨어져도 의미를 갖지만 보통은 우애 좋은 형제처럼 어깨동무한 모양으로 나란히 불리운다. 그것은 아마 한국 정서가 술과 음악을 필요충분조건처럼 여기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토종 한국인, 내게 있어 튀르키예 결혼식은 다소 충격이었다. 종교가 곧 문화인 나라가 있다. 국민 대부분이 종교를 믿어 신앙생활이 곧 문화로 자리한 곳으로, 대표적인 나라 튀르키예가 있을 것이다. 튀르키예는 국민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고로 많은 이들이 술을 하지 않는다. 이슬람교 계율이 술을 금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르진 않았지만, 작년 시댁에 지내는 동안 튀르키예 스타일로 작은 식을 올리기는 했다. 그날, 온 동네 주민이 시댁에 모였다. 그러고는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둥그렇게 서 민속춤 같은 것을 추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일제히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두 팔을 허수아비처럼 벌려 어깨를 들썩거렸고, 양손으론 핑거스냅을 만들었다.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맞춰 딱딱 소리를 냈다. 두 발은 찔끔 앞으로 갔다 찔끔 뒤로 갔다, 찔끔 왼쪽으로 갔다 찔끔 오른쪽으로 갔다를 반복했다. 결코 옆 사람 공간을 침범하지 않았다. 이따금 양옆에 있는 사람과 손잡고 줄넘기하듯 손목을 휘휘 저으며 스텝을 밟기도 했다. 어려서 전기 게임 할 때처럼, 굉장한 유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리고 이 모두는 0.000001%의 알코올 기운 없이 일어난 일이다. 음주를 하지 않고 가무를 즐기다니! 그들은 굉장히 흥겨운 듯 보였다. 동그랗게 모여 춤추는 내내 다 같이 웃는 얼굴로 서로를, 몸짓을 다정히 보아주었다. 중간중간 입심 좋은 사람이 “휘이~” 하고 휘파람 소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술 없이도 잘만 출 수 있다는, 혁명과 같던 그 순간. 다음날 기억하지도 못할 상대와 추는 춤보다야 값진 경험이 된다.     



그게 내겐 부러움이기도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댄서가 아니라도, MBTI 결과 ‘I’형 인간이라도, 종교가 있어도 없어도,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과도, 몸짓과 눈짓과 미소를 나누며 연대할 수 있게 한 매개체가 바로 민속춤이라니. 다시금 음주문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 다양한 생각이 스치듯 오가던 애틋한 그 밤.     





2. 불편해, 한국이 과하게 편해서

유튜브를 보다, 최근 추가 업그레이드 된 한국 편리 시스템을 보고 한 외국인이 외친 이 말을 기억한다. “인간이 이렇게 편해도 되?” 사뭇 단전까지 와닿았으므로 장기기억이 된 대사겠다. 그의 표정도 기쁨을 말하기보다 다소 경악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심 불편하던 건, 요즘 부쩍 편한 것만 추구하는 나 때문이었다. 편리에 적응해 버린 나, 고작 10분도 걷기 싫어하는 나, 그래서 배달비 3,000원을 지출하면서도 딜리버리를 고집하는 나, 돈으로 편리를 사고 싶어 하는 나, 불편을 감수하기 힘들어하는 나.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이 모든 편리가 나를 중심으로 파동을 이루듯 곱게 세팅되어 있어 잘 인지하지 못했으나 튀르키예에 있는 동안은 정말이지 모를 수 없게 되었다. 한국 생활은 굉장히 편하다. 상대적으로 튀르키예 생활은 불편하다. 불편함에서 오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에 지내는 동안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구했었다. 덕분에 현지 감각을 물씬 느끼며 지낼 수 있었다. 현지인은 열쇠를 사용해 문을 열고 잠궜다. 우리가 묵었던 집, 시댁까지, 안에 들어가려면 모두 열쇠가 필요했다. 하루는 열쇠 챙기는 것을 깜빡 잊었다. 가족 누군가 올 때까지 밖에 기다려야만 했다.   


  

버스에 올라 교통카드를 대니 불통을 알리듯, 빽 하고 신호음이 울렸다. 절로 달아오르는 얼굴. 잔액이 부족하단다. 튀르키예에서는 신용카드에 따로 교통카드 기능이 없어, 한국 티머니처럼 수시로 잔액 확인과 현금 충전을 해야 한다. 외국인임을 차치하더라도, 남편 명의로 된 신용카드로도 대중교통을 탈 수 없다. 무조건 충전. 타려던 버스가 저기 달려오고 있어 헐레벌떡 뛰어가 간신히 탔는데 “빽”하고 울릴 때면 성질나기도 한다.     


편의점이 없다. 대신 골목마다 간이 슈퍼가 있다. 카드를 받긴 하지만 24시간 운영하지는 않는다. 마트는 세 골목마다 하나쯤 있고, 역시 24시간 운영하지 않는다. 24/7 운영하는 곳이 있기는 있어도 많지 않다. 그러므로 슈퍼나 마트가 문 닫기 전인 밤 10시 안에 구매해 두어야 한다. 누워 쉬다 말고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 하는 ‘오밤중 즉흥구매’를 할 수 없다. 진작 사둘걸, 후회가 는다. 그러나 튀르키예에 지내며 속으로 구시렁대던 이런 사소한 불편은, 실은 불평할 거리가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누리고 있던 편리생활이 한편 과분했다. 편의, 편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계기.     



따뜻함의 정겨운 예시, 어린 시누와 개


3. 따… 따뜻해

튀르키예로 여행 다녀온 모든 지인 사이에서 회자 되는 이야기가 있다. ‘튀르키예 사람 따…따뜻해.’ 이를 초코파이 정(情)문화라고도 하지. 훈과 내가 바탕으로 하는 정서, 그러니까 튀르키예와 한국의 바탕이 되는 정(情), 서(緖).     



뱅글뱅글 디스코팡팡이라도 탄 듯 땅이 30도 각도로 뒤뚱거리던, 훈과 펍에서 만난 그날. 그에게 받은 감동은 인생 삼십 년사 처음 느낀 감정이었으므로, 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통 알지 못하며, 그렇게 낑낑댄 후에야 발견한 고작 ‘진심’이라는 단어로 훈의 첫인상과 그날을 설명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테다. 티베트의 어느 한 높은 고원에 살던 순수청년과 만난 기분. 윽. 고작 이거긴 하지만, 내게 있어 티베트 순수청년이란 마치 고결한 영혼의 끝판왕. 이슬만 먹고 살며 틈나는 대로 절에 가 미미하게 남아 있던 불순함을 정화해 맑고 온화한 미소만 남은. 마주하는 것만으로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 듯한. 그것은 튀르키예에 지내며 만난 그들의 인상이기도 했다. 깊고 그윽한 눈으로 진심을 말하던 그들. 서울에서는 더 만나기 힘든 낙낙함.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치여 고단할 때면 사람이 그리워 튀르키예에 가고 싶어진다. 마냥 품어줄 것 같은 할머니 품 같은 건지도. 인심이 후하다, 따뜻하다, 그것은 진정성에 기반한 마음인 듯하다.     



그밖에 한국에서 왔다 하니 ‘너는 우리의 사람’이라며 본인 심장을 툭툭 토닥이던 할아버지, 자기 키보다 높고 몸보다 커다란 포대 자루를 들쳐 맨 채 재활용 쓰레기 수집하던 삐쩍 마른 청년, 그런 그들이 경이로웠다. 아무렴 사람이 가장 신비로운 존재로 남는다.



(계속)





이 글은 네이버 연재 중인 글로, 원본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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