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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May 12. 2023

다독 vs 정독 : 뭘 해야 할까?

다독이 내 안의 재료를 쌓는 시간이라면 정독은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는 시간.




둘 중 뭐가 더 좋을까?     




묻는다면 답은 없다고 답하겠다.

정확히는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개별로 내릴 결정이라

하나로 똑 떨어지는 답은 있을 수 없다고, 다시 답하겠다.     




다만, 아이디어 창출이 목적이라면 다독이 답일 수는 있다고 말하겠다. 

흡수 대비 배출이라면 (동일한 시간 동안)여러 권 읽는 다독이 한 권밖에 읽지 못하는 정독보다 나은 것이다. 이때는 음미보다 ‘흡입’이다.     




그럼 정독은 아이디어 창출처로서의 역할은 못하는 것인가, 하면 또 그렇다고 말하진 않겠다.   



  

정독하는 동안, 또한 아이디어가 수시로 ‘틱’ 하고 ‘탁’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치 문장 하나에 아이디어 수십 개가 딸려 나오는 느낌인데, 단!

다독(혹은 다양한 경험)으로 스키마가 쌓였음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문장 하나에 담긴 정수는 배경지식이 쌓였을 때만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사실이 중요하다.”




문장 하나다.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의견보다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 넘나 싱거운 것. ‘하지만’ 진짜 이 문장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여기 함의한 거대 아이디어를 전부 뽑아먹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사실이 중요하다.”     


- (위 문장의 전제는 의견과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 이는 정확한 사고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 뇌는 한 개인의 ‘의견’만 가지고도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는 오류를 지적한다     

- 게다가 (철학적 측면으로 봤을 때)‘믿는다’는 사실의 개념인 ‘안다(지식이 된 진실)’와는 엄연히 다르다     

- “우리는 진실이 아닌 거짓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의견을 진실인양 믿어버리는 것이다     

- 따라서 의견,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훌륭합니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사실-우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월 10배 더 팔렸습니다-를 기반으로 사고해야 한다. 그때 (그나마)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렇듯 문장 하나에 주렁주렁 고구마가 딸려 나온다. 아이디어에서도 마찬가지. 그동안 심어둔 알이 꽤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정독으로 뽑아 먹으려면 다독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앗! 그러고보니 이것은 스피노자가 말한 “깊게 파기(정독) 위해 넓게 팠다(다독)”와 같은 맥락이던가. 그래서 스피노자에게 세상은 얼마나 섹쉬했던 것인가. 시thㅡ루, 넓고 깊게 판 덕에 다 보였을 테니까.




   

(아래만 읽어도 좋다‼️)     




그렇게 다독 vs 정독의 대결은 의미를 잃고 세상을 읽는 '시야'로 넘어왔다.

종국에 다독과 정독, 즉 독서란 보기위함이기 때문.      




우리는 볼 수 있는, 딱 그만큼 세상을 볼 수 있다.

너르게 읽고 딥하게 사유한 만큼만 세상은 자신을 내보인다.

그 결과 하나의 현상을 두고도 저마다 다른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그것은 동상이몽.     




곧 얼마나 많이 그리고 깊이 읽었는가 가

같은 곳 다른 세상에 사는 이유를 대변하기도 한다.



작업실에서




*인스타그램 : @writist_son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estjasmine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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