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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l 05. 2023

글 잘 쓰고 싶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

<손은경 글방>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부지런히 사랑하라고?

<손은경 글방>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고 계시나요?^_^




1년간 책 5권(제가 그동안 오타를 냈었네요. 1년에 책 4권 + 그 뒤 1권입니다. 정정!)을 낸 작가이자 글방지기 손은경입니다. 글과 책 쓰기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얻어낸 저만의 통찰을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글방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오마이뉴스와 네이버에 칼럼 연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6z0JdcxbI




오늘은 이슬아 작가(의 도서)를 모시고 글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혹시 이 영상 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세바시에 나온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라는 주제로 한 강연입니다. 강연 중 그가 이런 말을 합니다.




"글 쓰기는 부지런히 사랑하는 일이다."



이슬아 작가 세바시 강연



굉장히 상징적이죠? 부지런히 사랑하라니, 그게 글쓰기라니요. 잘 쓰고 싶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니요. 그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요? 몹시 추상적이라 쉽게 이해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알 것만 같았습니다. 그가 주장한 '부지런한 사랑'의 참뜻을 그의 도서에서 분명 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또 알 것만 같았습니다. '글 잘 쓰고 싶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부지런히 사랑하라는 그의 조언을, 잘 쓰고 싶다는 이들 중 몇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야 하는데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만 하는 그 심정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하여 글방 모임을 빌려 준비했더랍니다. 추상성에의 해석, 부지런히 사랑하기를 글쓰기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까요. 다음은 어제 <손은경 글방>에서 나눈 따끈따끈한 이야기 일부입니다. 어제는 이슬아 작가 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살폈습니다. 작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세바시 강연에서 이슬아 작가는 말합니다.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다. 근거는 시선의 이동과 입체적 관찰 그것이 사랑이라고 합니다. 영상 보지 못하셨을 분을 위해 보충 설명하면 시선의 이동은 나에서 타인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것을, 입체적 관찰은 그런 타인을 입체적으로 살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글 쓰기 전엔 '나'뿐이던 이기적인 마음이 글 쓰면서는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건 그를 관찰한 결과를 글로 써야하기 때문이겠죠. 글에는 '나'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타자'가 등장합니다(타인X, 타자O).





그리고 이슬아 작가는 부지런히 사랑했습니다. 시선의 이동 그리고 입체적 관찰이 그의 글 전부에 드러나있었습니다. 문장에 적용된 부지런한 사랑을 함께 살피면 '아하' 하실테죠. 부지런한 사랑이 문장이 녹게 되면 어떤 모습을 띄게 되는 걸까요?




예시 하나를 들고 옵니다.




"슬아의 손을 떠난 신작이 남자들의 손을 거쳐 서점으로 간다."

- <가녀장의 시대> '출판사 지붕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中




여기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짙은 주황색으로 표시 된 부분 보이시나요? 바로 이 지점이 주목 포인트인데요. '신작이' 라고 쓰인 주어 부분과 '(서점으로)간다' 동사 부분입니다. 이슬아 작가는 신작이 서점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해설하기 전에 또 다른 예시부터 살펴 볼까요.




"철이의 이십대는 계절마다 다른 알바를 하며 굴러가고 있다."

- <가녀장의 시대> '출판사 지붕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中            




이쯤 하나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여러분, 평소 글을 쓸 적에 주어를 '인물'에 한정해 쓰진 않으셨나요? 가령 나는/너는/우리는/남자친구는/여자친구는과 같이요. 종종 생물이나 사물도 주어로 쓰기는 했겠지만 그 빈도는 얼마나 되었던가요?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신작(新作)이' 서점으로 '가는' 모습을 문장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가요?







이슬아 작가 문장이 탁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그는 부지런히 시선을 이동합니다. 그리고 입체적으로 관찰합니다. 이것은 주어의 이동으로 드러납니다. 나에서 웅이로, 철이로, 복희로, 신작으로 철이의 이십대로, 그러고 나서는 입체적으로 관찰한 결과인양 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둡니다(*3인칭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주어의 이동이 있습니다). 신작이 서점으로 가고요, 철이의 이십대는 바삐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때로 그가 말한 부지런한 사랑-시선의 이동과 입체적 관찰-이 이런 의미 아닐까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시선은 분주히 이동 중입니다. 그러다 입체적인 한 순간을 포착해 문장으로 적극 옮겨 적습니다.




이슬아 작가 글을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그의 글엔 다양한 사람, 생물, 사물, 심지어 관념을 주어로 채택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위의 예시에서도 '신작'이라는 사물을 주어로 삼기도 '철이의 이십대'를 주체 삼기도요. 다양한 입장이 되어 그들 주체적으로 문장에 뛰놀게 합니다.




여기서 떨어져 나온 부수효과로 문장은 문학적 오락성을 띄게 됩니다. 기법으로 치면 '은유'를 통한 오락이라 볼 수도 있지요. 은유의 매력은 독자를 상상하게 하는 힘에 있습니다. 눈에 훤히 보이듯 정직한 문장은 지루하기 딱 좋습니다. 알듯 말듯 그러나 알듯 할 때 독자는 문장 읽는 재미를 느낍니다.




작가는 글로 독자를 울리고 웃기고 행동하게 하는 자입니다. 그 능력이 타고난 자를 일컬어 탁월한 작가라고 하는 것일 테죠.



손은경 글방



그래서 그가 지칭하는 글 잘 쓰는 비법 : 부지런한 사랑은 실제 부지런히 사랑한 결과였습니다. 대상을 무대로 올리는 작업, 주체로서 주어로 삼고 그가 그 사물이 그 관념이 행동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




반전이라면 그가 주장하는 부지런한 사랑의 의미가 이는 아닐지 모릅니다. 단지 제 해석일 뿐이니까요. 허나 부지런히 사랑하는 일이 좋은 글을 위한 태도임은 분명하겠습니다. 하물여 '쓰기'를 부지런히 사랑하는 일조차요.




그처럼 나도 부지런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나의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포착되려나요. 장마의 계절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려나, 시선이 성실해지는 하루가 될 것만 같습니다. 이타적인 내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아마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손은경 글방>에서는 글 잘 쓰고 싶은 지성을 위한 독서모임[일월일권]을 엽니다.

자세한 사항은 링크 클릭해 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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