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은경 Sep 08. 2023

글쓰기를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


*다음은 글쓰기에 관한 칼럼으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쓰지(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분을 위해 썼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그 비법만 알았어도 시작은 쉬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제 :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면 질문으로 시작하라>



뱅뱅 돌려 말하는 거 딱 별로다. 즉시 본론으로 넘어 가겠다.



만약 이제 막 글쓰기 해보려는데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면, 시작을 [질문]으로 하라.

질문에서 시작해 글로 끝장 봐라.


이 무슨 말인가?



질문 하나를 제목으로 정하고 그것에 답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의 첫사랑은 누구인가?’를 질문으로 정했다 하자. 그럼 그것에 답 하는 과정을 글로 쓰는 것이다.



아련한 누군가가 생각났을 것이다. 가령 첫사랑 ‘김삿갓’씨가 떠올랐다고 해볼까.



그 놈 삿갓, 날 버리고 간 개삿갓, 개새끼.

(음? 이게 아닌데?)



삿god, kim


첫사랑에 관한 아픈 기억이었던가.

그러나 워워, 진정하셔라. 그래도 김삿갓 덕에 글쓰기 반은 성공했기 때문이다.


왜냐고? 글의 소재(김삿갓)가 생겼으니까. 질문은 그것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떠오른 그것은 글의 소재가 된다. 그렇게 삿갓과의 추억을 쓴다. 쓸 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A4용지 3장을 채운다(주제는 이미 ‘나의 첫사랑’으로 정해져 있었다).



참고로, [일기]는 비교적 쉽게 쓰는 반면 다른 글 쓰기는 어려워하는 이유도 바로 [질문]에 있다.

일기는 '나 오늘 뭐했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한다. 일기 외의 경우 대부분의 글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로 뭘 써야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 손은경



출처 : 영화처럼, 영화는 <건축학 개론>


다만 ‘과연 김삿갓이 진짜 첫사랑인가’에 관하여 스스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일단 ‘첫사랑’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이다.


왜 김삿갓이 첫사랑인지는 본인만의 정의로부터 탄생한다.

그렇게 질문에 답하는 동안 내면 세상을 알아가기도 한다. 내 세상 속 ‘첫사랑’이 뭔지 이제야 알게 된다.



그렇다면 대체 뭘 질문해야 할까?



물었을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책을 참고할 수 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집필. 책에는 642개의 질문이 있다. 대체로 이런 것들.


광고 아님, 네버 아님



“파란색 물건을 가진 인물이 지금 하는 생각은 뭘까?”

“화초가 죽어가고 있다. 화초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이처럼 엉뚱한 질문이 거의 다지만 역시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쓸 수밖에 없음이다.

다시 말하지만 질문은 쓰게 만드는 가장 완전한 도구다.



곧 로고 바뀔 예정이긴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쓰냐면?



뒤져도, 뒤져도 찾을 수 없을 때까지 최선 다해 써라.

파다, 파다 땅에 부딪혀 삽이 더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파라(써라). 물고 늘어져라.



그리고 이것은 철학하는 길과도 닮아 있어, 결국엔 나만의 사유로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백지에 쓰게 된다. 내가 쓴 것 맞나 싶은 글이 당신 눈앞에 떡 하니 차려져 있다면 제법 철학한 것이다.



깊이가 돋보이는 글이다.



그러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려라.


이를 [타자성에의 발견]이라고 하겠다. 우리 안에 감춰 있던 새로운 나, 의외로 용감한 나, 유능한 나, 사랑이 많은 나, 이는 타자처럼 느껴지는 나의 새로운 발견이다.


이렇듯 쓰다보면 전혀 ‘다른 나’가 찾아진다. 여기서 킬링 포인트 하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적에 당신은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 용감한, 유능한, 사랑 많은 자신이 부쩍 기특해 그렇다. 때로 글 쓰는 지성처럼 느껴지는 나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정리하면?



쓰려거든 질문을 마련하라.

다른 것 더 필요 없고, 일단 질문 하나를 준비하라.

질문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노력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단지 당신은 그것에 답하기만 하면 된다.

답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더 팔 수 없을 때까지, 깊게 내려가 써라.

이는 곧 철학하는 일.

개이득이라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도 될 것이다.

그때로 나는 나라는 세계를 탐구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고 싶어진다.




어화둥둥. 어느새 글을 업고 놀고 있다.





이는 <손은경 글방>에서 제공하고 있는 글쓰기 칼럼 일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인정받는 글쓰기는 딱 2가지만 지키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