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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Sep 23. 2020

힘이 남는 날은 취하고 싶어요.


몸은 정직하다.

괜시리 운동이 하기 싫어지는 날, 핑계인가 싶어 "진짜야? 확실해? 가기 싫어 그런 거 아니고?" 라며 나에게 되묻는다. 그럼에도 어쩐지 몸이 무거워 하루 쉬면, 다음날 정확하게 몸 어딘가 성하지 않다. 초기 감기, 위장염, 기타 잡병. 그래서 몸의 말을 믿는다. 쉬라는 것은 쉼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고, 쉼을 통해 에너지 차오르는 날. 다시 달리면 되니까.


며칠간 운동을 쉬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아침에 말 떼기 쉽지 않을만큼 목구멍 칼칼 하더니 환절기 감기가 내게 온듯 싶다. 어쩐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더라니. 몸이 보내는 신호 의심없이 경청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무시했다간 더 큰 병으로 내게 복수할 것을 안다. 그렇게 며칠 푹 자고 먹기를 반복했다.


오늘 아침은 짱짱하다.

비실거리던 새벽 기상이었는데, 어쩐지 스스로 눈이 떠지는 것이 쾌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 침 삼키는 일에 시름시름하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꼴깍꼴깍 침도 잘 넘어간다. 늘 그런줄로 알아 아주 쉽게 간과되던 나의 1순위, 건강. 건강이 내 소중함 잊지 말라며 병을 내게 보내 주었나. 그래, 건강이 최고지. 건강과 비교할 바 어디에도 없으니까.


에너지가 차오른다.

해야 할 하루 일과 모두 마치고도 힘이 남는 때가 생각난다. 그럴때면 잔여 에너지 어디에 쓸까 고민한다. 몸에 혈이 도는 때 가만히 있기란 어지간히 힘든 일이다. 핸드폰을 켜 최근 카톡대화 목록을 살핀다. 아무래도 최근 대화 상대라면 근친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쭈욱 살펴 내리다 주량이 비슷하며 유쾌한 수다가 가능한 친구 하나를 골라 연락을 한다. 음주가 그리운 날이니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아무래도 오늘, 싱싱한 간으로 집에 방치될 수는 없겠다고. 힘이 남는 날이면 내 사람과 하는 술 한 잔이 그렇게 땡긴다.


그리고 힘이 남는 오늘,

아무튼 운동을 가야겠다. 어쩐지 날개쭉지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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