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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저 등산 안 좋아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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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슈히 Feb 14. 2023

보령 삽시도(황금곰솔)

블랙야크 섬&산_48좌

몇 달 전부터 가려고 마음먹었으나, 동행을 구하지 못해서 여태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령 여객 터미널에서 삽시도에 먼저 들렸다가, 고대도를 가는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두 곳을 다녀올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5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고속도로는 한산했습니다. 안개가 자욱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습니다. 하마터면 사고 날 뻔한 순간이 있었으나, 안전히 보령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동행과 만났습니다. 그는 서산 거주자인데, 오늘이 휴무라고 했습니다. 대화하다 보니 그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잠도 못 잔 채 온 거였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삽시도로 가는 승객들은 인원이 꽤 많았습니다. 어림짐작으로 서른 명 이상은 되는 듯했습니다. 실내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소란스럽게 구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으나, 소음 때문에 잠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베개가 없었습니다. 누워 있지 말라는 안내문이 보였습니다. 그간 배에 타면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수면을 즐겼던 터라,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삽시도에 도착했습니다. 고래 벽화가 있었습니다.

"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지인가 봐요!"

반가워서 소리쳤습니다. 흥미롭게 본 드라마였습니다.

보령 여객 터미널에서부터 내게 말을 건 아주머니가 이번에도 또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해요?"

아까는 삽시도에 갈 만한 곳이 있냐고 묻더니, 이번엔 목적지를 물었습니다.

"저도 초행길이라서, 잘 몰라요. 검색 한번 해보세요."

귀찮아서, 성의 없게 대답했습니다.

늘 그랬듯, 초반에 들머리를 헤맸습니다. 이정표도 안내문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 운전수가 지나가다 갑자기 운전을 멈추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길 안내를 해줬습니다. 보기 드문 선한 사람이었습니다.

큰 몸집에 까만 털을 지닌 어미 개와 엄마를 쏙 빼닮은 새끼를 만났습니다. 어미 개는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랐습니다. 앞 발을 들어 흙 묻은 발로 덮치며 반기는데, 전혀 반갑지 않았습니다. 지저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은 있는 것 같은데...... 목욕을 영 안 시키나?'

어미 개는 새끼와 나란히 달리다가, 새끼는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어미 개는 우리를 한참 앞질러 갔습니다.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는데, 어미 개가 주둥이를 가까이 대며 음식을 탐했습니다. 태 님이 소시지를 한 개 주었으나, 어미는 떠나지 않고 계속 졸랐습니다. 갈색 눈동자로 애처롭고도 간절한 눈빛 공격을 보냈습니다. 태 님은 처음엔 어미를 내버려 뒀으나, 곧 역정을 내며 좇았습니다. 어미는 덤비거나 버티지 않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다행히 말귀를 알아 들었네요."

"이렇게 강하게 안 하면, 계속 버텨요."

황금곰솔은 금방 나타났습니다. 엽록소가 적거나 없어서 황금색을 띤다고 하는데, 황금색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하늘이 흐렸기 때문에, 선명하고 예쁜 사진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비가 안 온 게 어디예요. 원래 내일 비 소식이 있었는데, 사라졌더라고요. 보령까지 왔으니, 내일은 당진 대난지도에 가려고요."

"어, 제가 근무하는 회사가 그 근처예요!"

"아, 그래요? 내일은 일정 어떻게 되세요?"

"출근해요......"

태 님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4년째 근무 중인데, 억지로 다니는 기색이 완연했습니다. 내향성이라서 사람 상대하는 것이 달갑지 않으나, 관리자라서 늘 사람을 대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귤, 육포, 커피, 쿠키, 초콜릿 등 간식으로 요기를 했으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서 자꾸 허기졌습니다. 태 님이 고대도로 가는 배표를 몰래 끊어왔습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그가 자진해서 한 일이었습니다.

"응? 왜 그랬어요? 가만...... 바다로 할인받아야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혜택은 받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