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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Mar 31. 2023

[블야 섬&산 63좌] 완도 소안도 가학산(359m)

보길도 동천항에서 소안도행 배를 기다렸습니다. 아직 출항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간식을 먹으며 기다렸습니다. 빛날이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햇살은 따스한데, 해풍이 시렸습니다. 겉옷을 걸쳤습니다. 찬 음식을 먹으니, 으스스 몸이 떨렸습니다. 특별한 대화가 오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가롭게 바다를 보며 햇살을 맞고 있으니, 행복했습니다. 남들은 대부분 일하느라 분주한 평일이니, 더욱 그랬습니다. 

 

배를 타고 약 15분간 이동했습니다. 바다로 할인권 혜택 덕분에 승선료가 시내 버스비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빛날이 미라 해돋이 쉼터에 주차했습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약한 모습만 계속 보이네요. 같이 못 가서, 미안해요."

빛날이 사과했습니다.

"괜찮아요. 가학산 정상까지 왕복 90분 걸린대요. 금방 올게요."

"그럼, 60분 안으로 빨리 오세요."


소안도 가학산에 오르던 중, 시야가 탁 트인 멋진 바다와 마을의 경치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와, 아름다워!'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빛날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어디선가 돌풍이 불었고, 휴대전화를 손에서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물건은 툭, 떨어졌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주워 들었으나, 화면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 이거 왜 먹통이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섬&산 인증도 못한 채, 서둘러 평지로 돌아왔습니다. 빛날에게 다급히 말했습니다.

"휴대전화 좀 빌려주세요. 떨어뜨렸더니, 그만 고장 났어요. 인증을 못해서, 다시 가야 해요!"

"안 가면 안 돼요?"

그가 만류했습니다.

"여기 다시 오기 싫단 말이에요. 제발요! 미안해요." 

절박한 심정으로 빛날에게 호소했습니다.


줄곧 시간을 확인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정자 쉼터에서 우측으로 가야 정상으로 갈 수 있는데, 마음이 조급해서 그만 좌측으로 들어섰습니다. 한참 내리막길을 가다가, 아니다 싶어 급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시간에 좇기니,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저만치 동백 레드 카펫이 보였습니다.

'지금 여기, 혼자라는 사실이 안타깝네. 빛날과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학운정에 다다르자, 인상적인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과연 공감 가는 명언이었습니다.

'술에 취하지 말고, 자연에 취하세요.'


혹여 섬에 갇힐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다행히 여유 있게 하산했고, 시간 여유가 넉넉했습니다. 

"음료 마실래요? 카페에서, 아님 차 안에서?"

빛날이 제안했습니다. 카페 창가에 앉아 그가 산 쌍화차를 마시며, 대화했습니다. 2018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척추 디스크로 고생한 일과 운동을 통해 통증을 극복한 경험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나온 날에 대한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멋있다......"

그땐 그저 의례적인 칭찬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18:20, 막배를 탔습니다. 빛날과 선실에 나란히 드러누웠습니다.

"휴대전화가 무용지물이니, 오늘 집에 가긴 글렀어요.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거든요. 오늘 완도에서 하루 더 자야 돼요."

"이정표 보고 북향하면 되잖아요."

"안 돼요. 국도도 있고, 고속도로도 있어서 내비 없이는 자신 없어요. 그러니까, 휴대전화 수리가 급선무예요. 숙소까지 안내 좀 해줄 수 있어요? 빛날 님이 앞에서 주행하면, 내가 뒤따라 갈게요."

"무릎이 아파서, 운전하는 게 힘들어요. 오늘 하루 묵고, 내일 곧장 출근하려고요."


다음날, 빛날이 완도를 떠났습니다. 그가 일러준 대로, 해남까지 주행했습니다.

"슈히의 대모험이구만! 내비게이션도 없이 주행하게 되다니."

무사히 휴대전화 수리를 했고, 안전히 귀가했습니다.

지면을 빌어, 빛날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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