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해녀박물관

올레길 21구간(상)

by 슈히

해녀박물관에 도착하니, 한 남성이 풀밭에 대자로 뻗어있었다.

‘기복 오빠인가? 에이, 설마!’

자세히 보니, 그는 60대 이상으로 보였고 기복 오빠보다 체구가 작았다.

기복 오빠와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약 10분가량 늦었다. 숙소에서 목적지까지 버스를 타면, 무려 정거장 60개 이상을 달려야 했다. 그는 내게 음료수를 사달라고 졸랐다.

“지난달에 오빠가 몇 시간이나 늦었더라?”

거드름 피우며, 대꾸했다. 한달 전인 3월, 우리는 제주 올레길 1구간에서 처음 만났다.

올레길 21구간은 해녀박물관에서부터 시작했다. 작년에 혼자 여행 와서, 궂은 날씨 탓에 고생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강풍에 우산 살이 뒤집히고, 추위에 덜덜 떨었지…….’

다행히 오늘 날씨는 맑았다. 샛노란 태양국이 말간 얼굴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해녀 노래

강실순


우리는 제주도의 가없는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알아

추운 날 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저 바다 물결 위에 시달리는 몸

아침 일찍 집을 떠나 황혼 되면 돌아와

어린아이 젖먹이며 저녁밥 짓는다

하루 종일 일했으나 번 것은 기막혀

살자 하니 한숨으로 잠 못 이룬다

이른 봄 고향 산천 부모 형제 이별코

온 가족 생명줄을 등에다 지고

파도 세고 무서운 저 바다를 건너서

조선 각처 대마도로 돈벌이 간다

배움 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이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 간다

가없는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해녀박물관 볼만해. 지난번에 샅샅이 보느라, 두 시간도 넘게 관람했어. 그런데, 살펴보고 나면 좀 슬퍼. 제주 여성의 고된 삶을 알게 되거든.”

기복 오빠에게 해녀박물관 관람을 추천했다.

“기념품점에서 물건 고르고 있을게. 오빠 혼자 보고 와. 난 이미 봐서, 이번엔 안 봐도 돼.”

기념품점에서 점원과 대화하며 상품을 골랐다. 그녀의 할머니도 과거에 해녀였는데, 잠수병 탓에 몸이 편찮으시다고 했다. 상품을 구경하며 제주어를 배울 수 있었는데, 작년에 본 상품보다 가짓수가 훨씬 많았다.

‘환영해 줍서예(환영해 주세요)’, ‘고치하민 지꺼정(함께 하면 즐겁다)’, ‘뺄라진추룩(잘난 척한다)’, ‘뭐랜 고르맨?(뭐라고 말했니?)’, ‘무사 경허맨?(왜 그래?)’, ‘어디 가맨?(어디 가?)’, ‘안녕하우꽈/안녕하시우꽈?(안녕하세요?)’등 상품을 통해 제주어를 습득했다.

“‘안녕하우꽈’는 평소에 하는 인사이고, ‘안녕하시우꽈’는 집에 별일 없냐는 의미가 담긴 인사예요.”

“오, 그래요? 흥미롭네요!”

전혀 짐작하지 못한 유익한 설명이었다. 점원 아가씨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라고 했다.

팔찌와 양말을 고르던 참이었다. 관람하러 갔던 기복 오빠가 돌아왔다.

“뭐야, 왜 벌써 왔어?”

깜짝 놀라 그에게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다 둘러봤어.”

“뭐어?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 대충 본 거 아냐? 볼 게 참 많은 곳인데…….”

“너 기다릴까 봐.”

서둘러 상품을 구매하고, 가방에 넣었다. 때는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고, 한창 더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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