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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19. 2023

[블야 섬&산 85좌] 신안 임자도 대둔산(320m)

  일요일 이른 새벽, 힘겹게 눈을 떴습니다. 피곤했지만,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간밤에 코를 고는 투숙객은 없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거실에서 다랑과 만났습니다. 그가 우측 뺨에 입을 맞췄습니다. 소박한 애정 표현이었습니다.

  '음, 남동생이나 아들이 뽀뽀하는 것 같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설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가족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깐깐한 주인아주머니는 실내에서 취식 금지라고 했지만,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니, 눈치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어제 빵집에서 산 빵을 나눠 먹었습니다. 그는 요즘 식단 관리 중이라서,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등산해야 하니까, 좀 더 먹지 그래."

  "아냐, 괜찮아. 누나 다 먹어."

안타까웠지만, 살을 빼기 위한 그의 의지는 굳건했습니다.

  비 예보가 있기에, 원래 가려던 영광 송이도는 다음번으로 연기했습니다. 경치 좋은 곳이라서 화창한 날에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신안 임자도 대둔산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정상까지 금방 다녀올 수 있는 낮은 산이어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게다가, 목포 인근이기도 했습니다.

  원상 마을에 주차한 후, 대둔산에 올랐습니다. 계단은 없었습니다. 인적이 드문지, 거미줄이 많았습니다.

다랑이 풀 속에서 노란 게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응? 바다에서 여기까지 대체 어떻게 온 거지? 굉장히 먼 거리인데!"

인근에 바다가 있긴 하지만, 그냥 파도에 휩쓸려 왔다고 생각하기엔 꽤 무리가 있었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정상에 닿았습니다. 난간에 기대어 기념 촬영을 하고, 계단에 걸터앉아 간식을 꺼내 먹었습니다. 다랑은 이번에도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빵을 베어 물고, 눈을 감았습니다. 입에 담긴 빵을 그에게 넘겼습니다. 그는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 처음이지?"

  "응."

  그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습니다. 크림치즈가 부드럽고 고소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크림치즈'라고 표현했는데, 흡족했습니다.


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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