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히 Oct 17. 2023

험난한 군산 신시도 월영봉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할 때 줄곧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다. 이천십팔년 십이월 이일 일요일, 신시도에 도착해 하늘을 올려봤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뭔진 잘 모르겠지만 뿌옜다.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스물여섯 살의 솔아 씨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서른아홉 살의 동춘 오빠 왈,
  “야아, 마스크 안 써도 안 죽어!”
눈만 내놓고, 대답 없이 그냥 웃었다. 그러자, 솔아 씨의 설득력 있는 한 마디!
  “저희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아서요......”
그러자, 동춘 오빠가 '으윽!' 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대개 십이월은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라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시기였다. 전국 대부분의 산들은 일제히 산불 방지 기간에 돌입했다. 그래서, 산악회에서 단체로 마땅히 갈 만한 산이 별안간 없어졌다. 섬으로 떠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겨울철에도 입산 통제하는 곳이 드물다는 것이 섬 산행의 큰 장점이었다. 인생 첫 산악회였던 'ㅁ'에서 약 스무 명의 대인원이 우르르 몰려갔다.

  목적지는 군산의 신시도 월영봉이었다. 이백 미터도 채 안 되는 해발 백구십팔 미터의 낮은 산이었지만, 무시했다가 그만 큰코다치고 말았다. 이곳은 결코 호락호락한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 가벼운 산행이라고 알고 왔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고, 산세가 험했다.

  예투 언니는 등산화를 안 신고 와서, 계속 발이 아프다며 울상을 지었다. 산악회 공지에 안내된 '가벼운 산행'이란 말만 철석같이 믿고, 도보 여행에나 걸맞은 약한 소재의 신발을 고른 게 화근이었다. 이렇듯, 처음 가는 산에는 꼭 등산화를 신고 가야만 한다.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산행 도중 길을 잃어서, 꽤 긴 시간을 헤맸다. 위기를 맞닥뜨려 당황했지만, 모임장과 운영진들이 머리를 맞대어 올바른 길을 찾았다. 고생 끝에, 마침내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기진맥진했지만,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에 고생을 잊었다.  그렇게 블랙야크 섬&산 첫 인증에 성공했다.  

  한편, 어르신들이 정상석 앞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식사 중이었다. 역동적인 자세로 멋지게 인증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자리가 비좁아서 실현되지 못했다.

  하산 후 점심 도시락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한참 지연됐다. 하산 도중 스물일곱 살의 혜지 씨가 낙엽을 밟고 미끄러져 그만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발대였다. 선발대에서 일행을 이끌던 운영진 오정 오빠가 갔던 길을 되돌아왔다. 그는 혜지 씨의 발목을 침착하게 응급처치했다.

  환자를 배려하기 위해, 더욱 천천히 하산했다. 이 날의 막내는 엄밀히 따지면 솔아 씨인데, 혜지 씨가 만인의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막내라고 불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그녀는 시선을 사로잡는 미인이었다.
  몽돌 해수욕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미리 점찍어 둔 곳에서 다양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하늘과 바다, 검은 바위들과 흰 나무 그리고 백사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멋진 작품이 나올 듯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곳을 추천하자, 솔아 씨도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곧 민망해했다.
  “아무나 그런 폼으로 찍는 건 아니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구불길을 걸었다. 난이도 
중급 이상의 등산이었다.

  '휴, 완전히 속아서 왔군!'

  유선 언니에게 지난번 모임이었던 부산 이기대는 어땠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기대는 기대를 많이 해서, 별로였어.”
운율이 딱딱 맞아떨어져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지난 유월에 군산 선유도에 왔을 때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려서, 실망이 어마어마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이번엔 햇살도 따사롭고 하늘도 맑아서 완연한 봄 날씨였다. 계절이 무색하게 초목이 푸르고, 활짝 핀 꽃들이 간혹 보여서 놀랐다.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 내 마음속에 저장!



  신시도는 신라 초기, 섬 주변에 청어가 숱하게 잡히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호수에 뜬 별'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 스물네 개 섬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이다. 

-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닷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곳, 군산 신시도>, 한국관광공사, 2015. 1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125086&cid=58151&categoryId=58151 





매거진의 이전글 [블야 백두대간 54좌] 희운각 대피소(1,067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