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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슬아슬, 문경 장성봉(하)

하산 이후에 생긴 일

by 슈히

"정말 너무하지 않니? 내가 얼마나 울었는데! 너무 억울하고, 황당해서......"

그러자, 서비가 대답했다.

"아이, 형님이 남자 친구니까 그럴 수 있죠. 세상에 대체 어떤 남자가 여자 친구랑 다른 남자가 만나는 걸 좋아하겠어요?"

"우린 남녀 관계도 아니고, 단둘이 등산했을 때도 아무 문제없었잖아. 서비는 위험인물 아니고, 다랑을 알기 한참 전부터 알던 사이라고 말했지."

"오오, 우리 누님!"

여태 다랑을 편들던 서비가 갑자기 내게 맞장구 치니, 웃겼다. 셋이서 대화하며 등산하니, 둘일 때보다 즐거웠다. 또, 두 남자가 곁을 지키고 있으니 든든했다. 오래간만에 등산하느라 힘들었지만,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서비 앞에서 인증 성공 축하 공연으로 다랑과 노래를 불렀다. <당신이 좋아>를 불렀는데, 서비가 아는 노래라고 해서 놀랐다.

"엥, 너 그 노래 알아? 난 몰랐는데! 다랑이 제목 알려줘서, 알았어."

"트로트 좋아해요! 누나, 그 명곡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하산길에 서비에게 다음 일정에 대해 물었다.

"점심 먹고 온천 가려는데, 너도 갈래? 혹시, 다른 일정 있어? 어떻게 할래?"

"울진 응봉산 가려고요."

"거긴 너무 멀잖아. 괜찮겠어?"

"친구랑 완등식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빨리 마쳐야만 해요."

"저런...... 너무 무리하지 마."

서비와 헤어진 후, 다랑과 맛있게 식사했다. 인근 온천을 즐긴 후, 여유롭게 귀가했다. 시간이 흐르고, 서비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차 열쇠 찾으러 문경 장성봉 정상까지 혼자 다시 갔다 왔어요."

"뭐, 정말? 연락하지 그랬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열쇠 찾았어?"

"에이, 누나 데이트 방해되게 왜 연락해요? 결국, 열쇠 못 찾아서 출장 서비스 부르고 해결했어요. 괜찮아요."

서비가 보여준 사진 속에는 그의 발아래 멋진 풍광이 펼쳐져 있었으나, 사연을 들으니 몹시 서글퍼 보였다. 아슬아슬, 조마조마했던 산행이 이토록 웃지 못할 사연을 남겼다. 몇 달 뒤, 서비는 블랙야크 명산 100 완등식도 친구와 잘 치렀다.

또, 인연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지난 가을에 만난 서비는 실연의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때, 그는 당분간 연애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자 친구와 알콩달콩 등산 다니는 모양이다. 서비를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한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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