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바쁘지?

사장이 된다는 것은...

by Mira Kang

아빠에게 근면 성실함을 물려받은 나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주변의 핀잔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유전적으로 일중독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환경적으로 투철한 책임감을 장착해야 하는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랐고, 성향적으로 완벽주의를 꿈꾸는 변태적인 취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볼 때는 유별난, 상사가 볼 때는 너무 예쁜, 동료가 볼 때는 나대는, 학생과 학부모님이 볼 때는 참 고마운 교사가 바로 나였다. 그리고 난 그런 내가 참 좋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맡은 일을 깔끔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내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산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 사장이 되기 전까지...


한국 화장품에 대한 비전을 본 친구를 돕기 위해 얼결에 사장이 된 나는 화장품 장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한국인이고, 미국에 거주한 지도 15년이나 되었고, 많이는 아니더라도 늘 사용하는 화장품이니 별 걱정을 안 했다. 지금 뒤돌아보니 너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그렇게 쉽게 사장이 되겠다고 나섰겠지. 결국 사장이 되고 나서 피부로 와닿게 깨닫고 있다. 사장 노릇하기 참 어렵다.


자영업자다 보니 우선 근무시간이 존재한다. 나는 주로 오전에 가게를 오픈하고 이른 오후까지 근무를 한 후에 퇴근한다. 내가 퇴근한 후부터 내 친구가 근무를 한다. 고객들은 나를 '오전 사장', 친구를 '오후 사장'이라고 부른다. 근무시간 동안에 주 업무는 매장과 매대 정리, 재고 확인, 물품 주문, 고객 응대, 재무 정리, 주요 업무 내용 공유 등이다. 퇴근을 하면 내 본업인 글쓰기, 강의, 육아가 기다리고 있다. 화장품 가게 운영을 쉽게 생각한 오류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월급을 받고 일을 할 때도 나는 집에 일을 싸가지고 왔다. 워낙 일 만들기를 즐겨했다. 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장품을 판다는 것은 왠지 현장에서만 일을 할 거 같았다. 퇴근하고 집에서 화장품을 팔 수는 없으니까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시간 활용이 용이할 것 같아 과감하게 사장이 되기로 한 거다. 그러나 막상 사장이 되니 몸은 퇴근해서 집에 있지만, 월급 받을 때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았다. 퇴근 후에 나의 주 업무는 은행 업무, 회계 업무, 회계사 미팅, 도매 회사와 소통, 포스기 프로그램 공부, 화장품 공부, 성분 공부, 화장품 체험과 후기 기록, SNS용 게시물 제작, 마케팅 전략 회의, 필요한 소모품 주문과 수령, 매뉴얼 제작 등이다. 일하는 자체를 즐겨하는 나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일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 왜냐면 사장인 내가 안 하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이 된 지 6개월이 되었다. 매일매일이 바쁘다. 정신없이 바쁘다. 손님이 많으면 기분 좋게 바쁘고, 손님이 없으면 걱정하며 바쁘다. 물량을 많이 확보하면 매대를 꽉꽉 채우며 바쁘고,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 재고를 파악하며 바쁘다. 사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장은 바쁘다. 웃는 얼굴로 계산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남은 재고 파악으로 복잡하다. 친절하게 화장품을 고객 손에 덜어주며 제품 설명을 할 때도 이번 달 매출을 생각하게 된다. 고객에게 진심이지만, 동시에 가게의 생존에도 진심이기에 사장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할 일도, 생각도, 스트레스도 많은 사장은 계속 일한다. 깔끔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하던 나는 사장이 된 후로 버퍼링에 걸려 로딩 시간이 꽤 걸린다. 계속 일하지만, 구멍이 숭숭 뚫릴 때가 자주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정말 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아직 실수 많은 초보 사장이지만, 사장이 되어 배우는 것들은 아주 묵직하게 가슴에 새겨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면서 비로소 진짜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 든다. 나는 사장은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장, 나의 브랜드, 나의 물건, 나의 시간, 나의 고객, 나의 직원, 나의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 그게 바로 사장이다. 나의 최고의 장기인 책임감으로 사장 역할이 점점 익숙해지고 원활해지고 능숙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바쁘게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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