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의 젊음을 위하여
매년 5월이 되면 어버이날 선물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선물로 표현을 하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경제활동을 하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어째 세월이 흐를수록 돈 들어갈 곳도 많아지는지. 그래서 늘 죄송한 마음 한 가득에 감사한 마음을 최대한 담아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곤 했다. 미리부터 부모님이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관찰하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하루 전날 급하게 쇼핑을 나간 적도 있다. 그렇게 준비한 선물이 무엇이든 변함없는 것이 있다. 아무리 약소해도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부모님의 큰 마음이다. 그래서 올해도 어버이날에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 중이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어머니날은 5월 셋째 주 일요일이고,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다. 다양한 결혼 형태를 존중하는 분위기여서 따로 하는지, 개인주의가 강해서 따로 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이유야 어쨌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따로 축하하다 보니 우리 같은 화장품 가게, 옷가게, 식당 등이 덕을 본다. 우리 가게에도 다가오는 어머니날을 맞아 선물을 고르러 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딱 보기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신중하게 화장품을 둘러보는 게 느껴진다. 한참을 둘러보다 나에게 선물 추천을 부탁하면 나는 망설임 없이 '비타민' 제품을 추천한다. 순수 비타민이든, 레티놀이든, 나이아신아마이드든, 비타민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소개한다. 설명을 들은 고객들은 그중 예산에 맞는 제품을 고른다. 각자 부모님에게 전달될 화장품을 정성껏 포장해서 건네면 고객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오른다.
전에 나도 어버이날 선물로 화장품을 자주 골랐었다. 항상 사용하는 물건이기도 하고, 옷이나 보석보다 취향도 덜 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점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부모님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였으면 했다. 아직 젖살도 안 빠진 피부가 팽팽한 딸에게는 비싼 화장품 세트를 턱턱 사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샘플 화장품을 쓰던 엄마에게 사랑의 빚을 갚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검게 그을고 여기저기 굳은살이 베긴 아빠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의 젊음을 담보로 얻은 더 나은 삶에 대한 보답으로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조금 천천히 나이 들기를, 조금 더 젊기를 바라며 부모님에게 화장품을 선물한다. 올해는 나도 부모님의 저속 노화를 위해 항산화에 좋은 비타민 화장품을 선물해야겠다. 나의 부모님과 우리 고객들의 부모님,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의 젊음을 위하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우리 곁에 함께 해주세요!' 작은 선물과 함께 건네는 이 마음이 부모님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