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과 친해지기

어머? 언제 이런 게 생겼어??

by Mira Kang

신은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다. 거울이나 유리 등 유광물체에 반사된 상을 통해 볼 수 있다. 혹은 그 상이 찍힌 사진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다. 그러다 보니 정확하지가 않다. 사실 얼마나 정확하고 부정확한지도 모르겠다. 내 얼굴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려니 짐작만 할 뿐이다. 일상에서도 상대방의 얼굴은 꽤 오래 보지만(그것도 내 눈으로) 내 얼굴은 그리 오래 보지를 못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루 일과가 얼마나 바쁜가. 일어나서 세안과 화장할 때 얼굴을 보고 일과를 보내다가 문득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울지도 않았는데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가 번져서 판다가 되기 직전이고, 대체 립스틱은 왜 치아에 칠해져 있는지. 하루 종일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언제부터 이런 상태였을까 민망해하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아쉬워한다.


그러다 갑자기 어제까지는 안 보이던 세월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평소와 다르게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 계속 신경이 쓰인다. 나이가 든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하면서 어떻게 젊음을 되찾을까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피부과에 가겠지. 누군가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민간요법도 용기 있게 도전한다. 이미 마음 상태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 흔적만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 또 누군가는 화장품 가게를 찾는다.


얼핏 봐도 고운 고객님이다. 주름은 있지만, 피부에 윤기가 나고 화장품을 살펴보는 손도 매끈하다. 연령대가 비슷한 고객분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가능해진다. 확실히 나이에 비해 관리를 잘 한 분이다. 그런데 그 고객님은 얼마 전 본인 얼굴에서 부쩍 깊어진 주름을 발견한 터였다. 색조화장을 하면 주름이 더 도도라 져 보여서 싫고, 피부 화장 없이 외출하면 너무 초췌해 보여서 싫다고 했다. 콜라겐 제품들을 추천해 주면서 화장품 사용은 개선이 아니라 예방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한 병 썼다고 불현듯 60대에서 50대나 40대 같이 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부 노화 속도는 줄일 수 있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조금 천천히 늙어가기 위한 것이 기능성 화장품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주름 개선용 화장품을 신중하게 고르면서도 얼굴의 그늘이 걷치지 않는 고객님을 보며 나는 입 안에 맴돌던 말을 꺼냈다. "고객님, 제가 볼 때는 너무 고우세요. 저도 고객님처럼 나이 들면 좋겠어요."




화장품 장사를 하다 보니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 매장에 거울이 많아서 우연히 보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보기도 한다. 이제 눈을 감고도 점이 어디 있는지, 기미와 흑자는 어디에 있는지, 팔자주름은 어느 쪽이 더 깊은지 정확하게 짚을 정도로 내 얼굴과 친해졌다. 그렇다고 내 얼굴이 마음에 든다는 건 아니다. 내 얼굴이 점점 엄마와 외할머니를 닮아가는 걸 보며 나이를 실감한다. 그래서 더 자주 들여다본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내 얼굴을 보며 '누구세요?'라며 의아해하거나 '언제 이렇게 늙었지?'라고 당황해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갑자기 세월이 느껴져 서글펐던 고객님은 그 후로도 자주 우리 가게에 오신다. 신세한탄을 하는 날도 있고, 이제 푸념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날도 있다. 나는 고객님을 보며 매번 곱다는 얘기를 해드린다. 신이 자신은 못 보고, 상대를 볼 수 있게 만든 것은 서로 더 많이 보고 사랑하고 격려하며 감싸주라는 뜻 아닐까? 내 눈에는 곱고 아름다운 우리 고객님이 가장 젊은 오늘을 화사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고운 당신도 남은 인생에서 제일 젊고 예쁜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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