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간절히 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게 열정의 본질일까?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새로운 인원이 필요하게 되고, 그에 따라 면접을 보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지원자들을 면담하다 보면 대체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지원자 모두 스스로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는 점.
또 하나는 그 열정을 하나같이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열정이라는 말이 너무도 내뱉기 쉬운 트렌디한 패션 용어처럼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열정. 말 그대로라면 어떤 대상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란 뜻이다.
너무도 흔하고 광범위하게 쓰이다 보니 얼핏 열정이란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말로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아직 일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전용어 또는 어떤 상징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열정페이란 말도 이 따위 착각에서 비롯된 건지도)
그런데 과연, 뭔가를 간절히 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게 열정의 본질일까?
그게 맞다면 열정이란 구직자, 취준생들이 지녀야할 필수 덕목이 틀림없을 것이다.
어떤 일을 간절히 원하는 건 중요하니까. 당연히 취준생이 갖춰야 할 자세가 맞겠다.
언젠가 어떤 면접자를 만났을 때 그는 그렇게 말했다.
"저는 일을 즐기면서 합니다.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슬쩍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일을 즐기면서 하는 건 좋겠지. 하지만 일을 놀이로 생각하는 건 조금 곤란하지 않나?
이력서를 보니 그는 한 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 동아리나 학회 임원을 맡아 교수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걸 일이라고 한다면 다른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일이 즐거운가?
20년 넘게 ‘일’이란 걸 해서 생계를 꾸려온 나에게 있어 일이란 결코 즐거운 어떤 것이 아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일은 즐기는 게 아니다. 그 자체로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다.
일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며 그 과정은 늘 지난한 고통이거나 견딤의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오해가 이 사람들의 잘못이란 얘기가 아니다.
그렇게 떠벌리는 못된 어른, 기성세대의 잘못인 거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한다. 좋다. 그렇게 해보라.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며 살라고 한다. 그래, 그런 일을 열망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인생 실패한 어른이여, 기성세대여. 그런 말을 내뱉기 전에 잊은 말은 없는가? 물어보고 싶다.
하고 싶은 일, 가슴이 뛰는 일을 하기 위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왜 일러두지 않는가? 따지고 싶다.
열정이란 감정의 상태, 즐거운 어떤 것; 가슴 뛰는 쾌감이나 흥분 따위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해낼 각오이며 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 무언가에 도달하기 위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딜 자세라는 뜻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해도 좋다. 두근거리는 일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당신이 감히 시도해 보지도 못한, 살아보지도 못한, '이럴 바에야 그렇게 할 걸'이라는 못난 후회를 권면이랍시고 멋대로 치환해서 지껄이지는 말아 달라.
책임져주지도 못할 말, 조언이랍시고 달콤하게 유혹하지 말라.
열정은 성실의 다른 이름이며 단련의 과정을 견딜 각오,라고 말한다고 해서 비정하다고 말하지 말라.
인생실패자들이 ‘하고 싶었으나 끝내 하지 못한’ 일을 애통해하며 후일담으로 지어낸 달콤한 사탕발림이 가져오는 결과야말로 끔찍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