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된 진실은 때로 참혹하다. '삶이란 이런 것'이라 알려주기라도 하듯
조개를 줍는다.
그러다 생각나는 노래 가사.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건다는 가사는 틀려먹었다.
말은 바로 해야지. 딱딱한 건 껍질이 아니고 껍데기다. 어여쁜 조개껍데기.
해변을 걷다 보면 조개껍데기가 맨발에 밟힌다.
모시조개, 명주조개, 접시조개, 비단조개 껍데기들.
관찰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도 그중 몇 개쯤은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챈다.
수집한 조개들은 거의 같은 위치에 아주 정교한 구멍이 약 2밀리미터 직경의 일정한 크기로 뚫려 있다.
누가 그랬을까?
구멍으로 오색 실을 묶어 그녀의 목에 걸어주라고 나 있는 구멍일까? 조개는 친절하기도 하지.
사실은 그게 아니다. 가려진 진실은 참혹하다.
먹고 먹히는 조개들의 약육강식. 끔찍한 포식의 증거다.
구슬우렁이가 조개를 잡아먹은 흔적.
조개를 먹고사는 구슬우렁이란 놈이 있다.
구슬우렁이는 뻘밭이나 얕은 물가 모래밭을 슬금슬금 돌아다니다 조개를 만나면 껍데기에 딱 달라붙는다.
그리고는 관자가 연결된 부위를 정확히 찾아 치설(齒舌)로 갉아대기 시작한다.
이윽고 구멍이 뚫리면 산(酸)을 분비해 조개를 마비시키고는 무른 조갯살을 빨아먹는 것이다.
그녀의 목에 걸어줄 안성맞춤 실 구멍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조개껍데기의 진실.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모르면 더 나은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