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뭘 하는 건 별로다.
뭐든 하더라도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지.
무작정만큼 갑갑한 것도 없다.
갑갑해서 무작정 나가면 더 갑갑함을 안고 뱅뱅 돌다 갑갑하게 돌아온다.
그래서 행위에는 작은 목적을 갖는 게 좋다.
가끔 시간 내서 떠날 때, 이렇기 때문에 떠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하기 위해 길을 떠나려고 한다.
오늘 집을 나선 목적은 따로 있지만..
가는 길에 덤으로 마주치는 뜻밖의 소소한 기쁨이 반갑다. 우연히 만나는 시골맛집 같은...
지난 여름 일부러 왔다가 문을 닫아 못먹은 칼국수집.
할매 둘이 장사하시는 완전 시골칼국수집.
늦은 점심으로 장칼국수 두 그릇 주문. 1인분 6천원.
반찬은 딱 두 가지. 겉절이와 콩나물무침.
할매들이 말씀을 거의 안 하시는데, 익숙한 시골 인심이 느껴졌다.
이것은 그저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내 기분 덕이었을까.
안방에 앉아 후루룩 면발 당기고 콩나물무침 아삭아삭 씹으며 포만감을 천천히 음미했다.
칼국수 좋아하는 아내와 가끔 금학칼국수 먹으러 일부러 강릉까지 가곤 했는데.
이제 거기까지 안 가도 되겠다.
다음엔 보리밥과 두부찌개를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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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