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움

1부 2화

by 수피

(본 내용은 소설입니다)


꽤 길게 비수 같은 눈물이 그의 얼굴에 흐르고 있었다.

그 눈물의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배우자가 죽었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며 흘리는 눈물인지 아니면 눈물을 흘려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온기 없는 눈물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인지 난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는 눈물이라는 연민의 호소를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알긴 할까. 만약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참으로 무지한 인간이다. 무지한 것은 곧 죄다. 그 무지함 속에는 여럿을 죽일 수 있는 지뢰들이 깔려있다. 엄마는 그 지뢰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지뢰를 깔고 다녔다는 것조차 모르겠지.. 그리고 태연하게 눈물이나 흘리고 있다.


역겹다.

당장이라도 앞에 가서 당신의 잘못을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외치고 다시는 세상 속에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 역겨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내가 그런 정의로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 정, 애.. 뭐 이런 것들. 흔히 가족이라는 무리에는 저런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증오하는 가족 사이에도 저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불효자식이 되고 싶지 않아서? 패륜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 감정들이 아니다. 단지 그냥 가족이니까. 나는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이런 딜레마 속에 나 자신은 계속해서 썩어간다. 어찌 썩어빠진 땅에서 건강한 감자가 나올 수 있겠는가.


내 인생을 완벽히 망쳐놓은 그 사람에게 복수할 수 없다는 것 그것 자체가 역겹다.

자기혐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이런 상황 자체가 역겨울 뿐이다.


사실 우리 가족을 연결해 주는 가장 끈끈한 다리였던 엄마가 하늘에 감으로써 흔들 다리마저 되지 못하고 그대로 끊어져버렸다. 연결되려야 될 수 없다. 해방된 걸까.


엄마가 사라짐으로써 해방된다니. 나는 누구를 증오하고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질수록 그에 대한 나의 증오심은 계속 부풀어 오른다. 아마 어딘가에 풀지 못하고 내 안에서 터지고 병들 것이다. 이런 생각조차도 들고 싶지 않다. 왜 세상은 아름다운 것을 앗아가는 것일까. 우리가 예쁜 꽃을 꺾는 이유와 같은 것이라면 다시는 꽃을 아니 아름다운 것들에게서 욕심을 버리고 싶다.


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엄마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바로 떠오르는 몇 가지는 분명 존재했다. 위험부담도 크고 내가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조금 더 안전하고 확실하고 인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엄마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한평생 몸 바쳤던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정의롭게 그리고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그것이 떠올랐다.


그것을 계획할수록 그가 더욱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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