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
(본 내용은 소설입니다.)
'죽음'에도 죄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죄일까.
한 사람이 죽음으로써 주변 다른 사람들이 괴로워지는 죄.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이라면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죄.
아니면 일상에 어긋나는 상황을 만든 죄.
죄목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사람이 죽고 난 뒤에 끼칠 죄를 묻고싶다.
내 방 문 바로 옆에 삐뚤게 박힌 나사로 고정되어있는 거울에는 환히 웃고있는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집은 너무나 고요했기에 문을 열자 한번도 들리지 않았던 문고리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메아리쳤다.
거실로 발을 들이기 전부터 집 안의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감쌌고 바로 맞은 편 아버지가 있는 안방 문에는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무지 그가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불안하다.
혹시.. 하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면서도 도무지 안방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상황은 꽤 들어맞아있었다. 엄마의 죽음, 가족들과의 관계, 사회관계 등 그의 모든 것들은 무너져 있었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불안하다.
불안하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일까. 안쓰러움의 감정인가. 그렇게 고통 받아왔는데 그 사람에게 동정의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정말 불안하다. 지금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이 엄마에게로 다시 갈 수 있다는 것이.
절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 나를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은 이것밖에는 없다.
아버지를 그곳에 보내지 않는 것.
안방을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아직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비친 거울을 봤다.
다시 보니 거울을 여러조각으로 흠집이 난 상태였다. 그때서야 내 얼굴이 웃는 얼굴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음을 인지했다. 자세히보니 내 볼에 물줄기 하나가 흐르고 있는 듯 했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겨우 다섯발자국 만에 안방 문 앞에 도착했다.
손잡이는 차가웠다. 그에게 걸맞는 온도였다. 손잡이를 돌리자 문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에는 흐르던 물줄기가 말라감을 느꼈다. 그리고 마른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떨리는 두 입술을 떼어냈다.
싸늘한 집에 내 목소리가 조용히 메아리쳤다.
"아빠, 죽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