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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Aug 14. 2021

쉰, 삶은 여전하다.

사진 이 상희 작가 / 글 수필버거

오십을 넘긴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쫓으며, 여전히 불안해하고, 여전히 터질듯한 기쁨을 느낀다.


그녀는 화가다.

소위 말하는 정통 코스를 거치진 않았다고 들었다.
문화, 문학계 동네가 텃세가 심하다는 말도 안다.
얼마 전 이 작가의 전화를 받았다. 미협(한국미술협회)에 정식으로 가입을 한 모양이다. 텃세가 강하다는 말은 배타적이란 뜻일 게다.
이방인은 밀어내고 금 밖에서 빛나는 사람들의 재능은 깎아내려 서럽게 만드는 일이 을 터이다.
한 줌도 안 되는 그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고 밥그릇을 챙기는 무리들.
어지간하면 포기하거나 그 집단을 애써 무시하는 게 쉬운  아닐까.
긴 시간을 들여 기어이 밀고 들어가 자기 자리를 만들었다는 건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너무 기뻐서 서러 듯 보이는 이 작가에게 차 한 잔을 청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다.

열아홉 살엔 그저 어른이 된다는 것만 생각했다.
스물은 어른이 되는 나이고, 학교라는 꽉 짜인 틀에서 해방이 되는 아주 기쁜 나이일 뿐이었다.  
스물아홉은 달랐다. 곧 들이닥칠 서른은 청춘이라는 잔치의 끝으로 보였다.
과연 끝이었을까? 아니었다. 30대에도 여전히 젊음은 계속됐고, 서른이기에 더 즐거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른아홉은 어땠을까? 마흔아홉은? 불안했지만, 변함없는 세상이 있었고 또 다른 기쁨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열 살 단위의 아홉 번째 해에 상념에 젖는다.
두려움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뭔가가 끝나는 느낌.

지금까지 좋았던 것들과 작별을 하고 좀 더 재미없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
조금은 건조해지고 메말라질 것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것 같다.

이 작가와 나, 둘 다 오십대다.
40 후반에는 오십이 되면 라떼를 남발하고 감성은 말라버린 사람이 될 것 같은 불안이 있었다.
나도 그랬고 그녀도 그랬으리라.
그녀의 전화를 받으며, 차 한 잔을 마시며, 바라고 원하던 것을 이뤄 달뜬 얼굴을 보며, '여전하다'는 말을 생각했다.
오십을 넘긴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쫓으며, 여전히 불안해하고, 여전히 터질듯한 기쁨을 느낀다.
일희일비하며 여전한 하루를 산다.

지금 30대, 40대에 안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삶은 여전하고 감성도 여전하고 세상도 여전하다고 말해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

어쩌면 너무 여전해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달라질 건 없으니 조바심을 낼 일도 두려움에 떨 일도 없으며 그냥 오늘 하루에 충실하면 그뿐임을 알려주고 싶다.

그림을 그리는 이 작가는 사진도 잘 찍는다. 그녀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한다.
구도일까? 감성일까? 그녀의 사진 다른 이들의 그것에는 없는 무언가가 스며있다고 느낀다.
차를 마시며 당신의 사진에 내가 글을 붙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50에도 여전히 하루의 작은 순간에 울고 웃고 감동하는 이 느낌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자고.
망설 없이 동의해줘서 고마웠다.
일주일에 한 편씩 기로 했는데, 그 얘기를 나눈 지 약 2주가 지난 오늘에야 첫 글을 쓴다.
바쁘긴 했지만, 변명 삼기는 민망하다.

사진을 찍은 상황이나 느낌 한두 줄과 함께 카톡으로 사진이 온다.
처음이라 사진을 좀 많이 받았다. 쟁여놓고 골라 써 볼 요량으로.

여전히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느끼는 오십 대의 여전한 감성을 글로 쓸 작정이다.
그 글과 사진에 세월의 흔적 같은 예쁜 제목을 붙여 보겠다.


내가 쉰아홉에 이르면, 다가올 새로운 10년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들로 인해.

오히려 기대를 가졌으면 좋겠다.


제목 사진 & 본문 사진 : 이 상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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