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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Jan 19. 2022

삶의 속도

쉰, 삶은 여전하다

자동차 경기장에서 들을법한 굉음이 들렸다. 앞산 순환도로가 자동차 전용이긴 하지만 시내 도로다. 백미러에 비친 뒤차의 속도는 고속도로 수준이다. 여긴 제한속도 60km. 도로가 한산한 시간대라 내차와 추월 차 말고는 차가 없다. 뒤차는 총알 같이 내 차를 추월다. 큼지막한 머플러를 보니 개조한 차로 보인다. '엉'하며 계기판을 확인다. 시속 65km 정도.


속도를 확인한 이유는 순간 내가 너무 느리게 가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아서다. 지나친 저속도 단속 대상이며 교통 흐름을 해친다. 정상 속도 +5km면 적당하다.

젊은 날이었으면 나도 가속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반사적 행동일 수가 많다.

경험으로 안다. 급한 마음에 도심에서 과속으로 달려봐야 한두 개 앞의 신호등에서 추월했던 차를 다 만난다는 것을. 도긴개긴이란 말씀.

과속 방지 구호도 있다. '5분 먼저 가려다 영영 먼저 간다.' 젊을 땐 '5분이 어딘데.'란 마음이 컸었.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친구가 있다. 소위 말하는 사회 친구다. 일로 만났지만 금세 친해져서 십여 년을 친하게 지냈다. 그 친구는 한 살 많은 형과 함께 경영을 했는데, 형이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다. 레버리지, 즉 빚을  인수합병으로 사업이 200%, 500%씩 성장을 했다. 부러웠고 뒤쳐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느릿한 속도로 언제 큰 회사가 될까 조바심이 났다.


업계의 중급 규모의 프랜차이즈 회사를 인수할 기회를 만났다. 부채도 자산이라자기 최면을 걸며 덥석 물었다. 회계법인을 운영하는 친구의 조언도 구했고, 나름 고민도 했었지만 빨리 회사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눈을 가렸다. 자문을 구하고 숙고하는 시늉 했을 뿐이란 걸 이젠 안다. 확증편향이었다. 유리한 증거, 징조, 조언에만 눈과 귀 내줬으.

내 내리막의 시작이었다.


앞산 순환도로에서 뒤차가 쌩하고 추월했어도 나는 내 속도를 유지했다. 그게 맞다고 판단했고 추월당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당연한 건데 잘했다고까지 생각했다.

예전에도 그랬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속도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이다.

내 속도가 느리거나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상대적이다. 타인경쟁업체가 내 지표가 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흔들린다.

 속도는 지금 처한 상황에 맞게끔 설된 또는 설정한 것이란 점에서는 절대적이어야 한다. 게으름을 피워도, 무리해도 탈 난다. 흔들리지 않고 지키는 것 용기다. 하지만 조바심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순환도로 커브길을 지나고 언덕을 넘어가면 긴 내리막 구간 끝자락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다.

거의 두 배의 속도로 나를 추월해 갔던 차가 저 멀리 보였다. 브레이크 등이 급하게 점멸다.

내 차와의 거리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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