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남의 글에 기대어

by 수필버거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저녁 무렵에 숲 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 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금방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에서 밤 한 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 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 톨에 울고 웃고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 오십에 읽는 논어, 최종엽 > 중에서


고작이라 할만한 돈으로 속이 타들어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쫓기듯 살 땐 고작이 태산 같았다.


사람이 우는 것은 잃어버린 것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절박의 크기 때문이다.

상실의 슬픔은 절박에 준하여 비통하다.

벼슬도 재화도 시간에 닳으면 다 밤 한 톨만 해 진다.

눈물 자국은 선명한데, 운 연유는 흐릿하다.


뉘라서 너는 고작 그것으로 우느냐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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