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은 거개가 내향적이라고 한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본인을 그런 성향으로 설명한다. 세상에 할 말 많은 내성적 인간. 특이한 조합으로 보이지만 설득력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오만 명 가까이 모여서 무상으로 매일 진심 어린 글을 쓰는 공간이 브런치다.내성적인 사람들이라 무보수에 끽소리 못하고 쓰는 걸까? 그럴 리가 있나. 싫으면 말없이 떠났겠지.
김중혁 작가는 B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처음 봤다. 김 작가와 반대의 성향으로 보이는 이동진 평론가와 합이 좋았다. 둘 다 글을 쓰지만 한 명은 소설이고 한 명은 평론이라 관점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맞았다. 상호보완적이다. 후에 알았지만 이 둘은 이동진의 팟빵 '빨강 책방'에서 먼저 합을 맞춘 사이였단다. 매개는 출판사였고. 조합이 맞는 상대를 잘 만나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케이스로 보인다.
장강명 작가와 글 잘 쓰는 가수이며 책방무사의 주인인 요조의 조합에서 내향적 역할은 장강명이 맡는다. 팟빵 '책, 이게 뭐라고'에 출연하며 서로 첫인사를 나눴다 한다. 오디오 클립을 들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합의 뉘앙스는 알 수 없으나, 에세이로 추론한 바론 달라서 오히려 잘 맞는 조합이라고 짐작한다.
김 작가는 이후 유희열의 '대화의 희열'에도 출연하여 특유의 싱거움과 작가다운 관찰과 언어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했다.
장 작가가 쓴 전업 작가의 수입을 다룬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글로만 밥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는 내용과 한국 독자들은 작품으로 좋은 작가를 발견하기보다 유명인이 쓴 책을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 장 작가는 타고난 성격과는 잘 맞지 않지만 여러 과외 활동으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채널 서핑을 하다가 알쓸범잡, 방구석 1열에 앉아있는 그를 몇 번 봤다.
두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내재된 자신의 매력을 끌어내 어필했고 그것이 또 다음 기회를 불렀을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조합의 바람직한 시너지다.
브런치 글을 읽다가 좋으면 구독 버튼을 쉽게누르는 편이다. 특히 문장에 혹하면 가차 없이 누른다. 구독하는 작가가 백육십 명 정도 된다. 좋은 글을 읽는 맛도 쏠쏠하지만,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브런치에는 재능과 노력으로 홀로 우뚝 선 작가도 많다. 그러나 1,100명으로 시작한 초창기와 달리 5만 명에 육박하는 작가들이 활동하는 지금은 개인의 글로만 눈에 띄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혼자서 힘들면 뭉쳐야 산다. 불변의 진리 같은 거다.
내가 주목하는 건 매거진 기능을 활용한 시도들이다. 글을 통한 보완과 교류의 목적이 크겠지만 휴먼 네트워킹과 협업, 비즈니스 기회 발굴까지 염두에 두고 뭉치는 작가들도 많아 보인다. 기회를 만들려는, 찾으려는 사람들. 작가 둘이 쓰는 매거진, 공동 발행 매거진, 작가 레이블 매거진 같은 시도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작가들이 모여서 함께 쓰면, 접하고 포개지고 엮이며 다채로운 조합을 만들면서 시너지가 생기고 다양한 기회가 뽀글뽀글 끓어오르겠다.
기회를 사람과 사람이 부딪힐 때 튀는 스파크에 비유해도 무리는 없을게다. 기회는 사람 속에서 발생한다. 홀로 쓰는 축적과 준비의 시간은 고독하게 자기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겠지만.
브런치를 읽으며, 자기 확인과 증명을 위한 고립의 시간 후엔 사람들 속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더 많은 경험을 위한, 더 큰 기쁨을 위한 기회는 사람들 속에서, 그것도 성향과 지향이 비슷한 무리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아닐까. 김중혁이 이동진을, 장강명이 요조를 만났듯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숨어있던 재능은 꽃을 피우고 새로운 기회의 문은 열릴 것 같다.
코워킹, 공동 레이블 같은 재밌는 기획과 실행을 해 볼 수 있는 브런치가 즐거운 놀이터처럼 보인다. 기대와 기회, 그에 따른 경험이 브런치의 보상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