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2를 보며 브런치를 생각했다. 싱어게인은 무명가수에게 유명(有名) 가수가 될 기회를 준다는 취지의 오디션이다. 오디션 특성상 희망자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순 없다. 예선을 거쳐 73명의 무명가수가 가슴에 번호를 달고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포털 다음의 하이라이트 비디오 클립으로 봤다. 탑 20을 뽑을 무렵부터 봤고, 세 명이 눈에 들었다. 우승자 김기태와 탑 6 윤성 그리고 탑 20인 서기.
노래하는 클립만 보다가 어떤 편집본은 심사평이 같이 있어서 평도 들었다. 심사위원들은 다들 말을 어찌 그리 예쁘게 잘하는지 나중엔 심사평 짤도 챙겨 봤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아도 심사평의 결이 타 오디션과 다름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을 짚어 주기도 하지만, 칭찬과 격려와 응원이 주를 이룬다고 느꼈다. 프로그램의 성격이 무명의 가수가 이름을 찾게 도와주고 발굴하는 것이니 긴 세월 주류에 끼지 못하고 주변을 돌면서도 어렵게 자신의 꿈을 지킨 이들을 아이돌 오디션처럼 대할 수는 없을 게다. 존중이 느껴졌다.
자신의 꿈을 위한 길을 의지만으로 묵묵히 걷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무대와 박수가 필요한 이들. 인정과 페이가 필요한 사람들. 그들에게 화려한 무대와 관객의 박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새로운 기회를 주는 오디션이 싱어게인이다.
김기태 가수와 윤성 가수는 절박한 마음으로 경연에 참여했다고 한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계속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게 맞는 일인지 회의했다는 말도 했다. 중심에 서지 못하고 변두리만 떠돌며 적은 수입으로 본인과 가족을 건사하는 생활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돈과 바꾸는 삶일 수도 있다. 김기태 가수는 본인의 탁성에 콤플렉스가 많다고 했다. 여기선 그 목소리로 갈채받고 우승까지 했는데 말이다.
윤성 가수도 비슷한 얘기를 인터뷰에서 했다. 아무리 음악이 좋고 노래하는 것이 즐거워도 계속 이렇게 노래만 하며 살아도 되는가를 늘 생각했다고 했다.
글에서 가끔 언급하지만, 눈 뜬 새벽에 내게 찾아오는 무거운 생각이 저들의 그것과 같다. 회의와 의심, 자기 연민이 꼬리를 물고 맴돈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그런 감정의 굴레를 깨기 위한 무의식적인 몸부림일 수도 있다. 나는 잘 살아왔는가, 잘 살고 있는가. 나의 일에 응원을 바라진 못하지만, 글쓰기에는 저런 따뜻한 격려 같은 평을 듣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브런치에서 받는 조용한 라이킷과 댓글이 그 역할을 한다.
서기 가수는 갓 스물이다. 스무 살 청춘이 7080 노래를 좋아하고 훌륭히 소화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특기라며 보여준 댄스가 반전이었다. 취미가 아니라 특기라 할 만했다. 나만 그렇게 보진 않았다는 게 김이나 작사가의 심사평에서도 보였다. 본인이 가진 매력이 얼마나 큰지를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무심한 태도, 바로 그것이 입덕을 부르는 태도라는 그녀의 평이 적절했다.
세상에 막 나온 청춘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한다.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데.
그땐 타인의 칭찬과 박수는 고맙지만, 그것이 진정 본인의 매력을 향함을 잘 모른다. 10년, 20년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 자신의 강점과 매력을 알게 돼서 매끄럽고 능숙하게 받고 당연히 여기는 태도까지 생기게 되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그녀의무심이 내 눈에도 너무 예쁘게 보였다. 풋풋한 시크함. 심사위원들은 아낌없는 칭찬과 환호로 앞으로 나아갈, 계속할 힘을 불어넣어 준다. 싱어게인이라는 무대의 힘이다.
브런치에도 젊은 작가들이 많다. 스물몇 살의 청춘이 어쩜 이리 사려 깊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지, 읽다가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직 본인은 모르는 듯 보인다. 자신이 얼마나 큰 매력을 가졌는지를.
여기, 브런치라는 무대에서 동료 작가들과 독자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서서히 개화할 것으로 믿는다.
정글 같은 블로그에서도 낭중지추의 재능으로 돈을 벌고 이름도 얻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지금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은, 어쩌면 브런치에서 처음 작가 심사라는 것을 통과했을 것이고, 자기만의 일기장과 많이 봐주지 않는 블로그에서 벗어나 큰 무대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응원과 격려, 공감과 이해를 받으면서.
거기에 더해, 브런치는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 채널에도 글을 올려준다. 더 큰 무대다. 나도 한 번 겪었지만, 만 단위 십만 단위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것을 알림으로 받는 건 아주 신기하고 신나는 경험이다. 이름을 얻는 길에 들었다는 뜻으로 봐도 좋겠다.
에디터는 물론이고 좋은 작가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매체가 브런치라는 글을 지면(紙面) 여기저기서 읽었다. 브런치 북 공모전을 필두로 다른 여러 플랫폼과 매체들과의 공동 공모전도 많다. 가히 기회의 장이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