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버거 Jan 16. 2023

새해는 정월 초하루부터인 걸로

지난해는 세 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온 힘을 쏟으며 살았다. 애간장 다 타버린 느낌이다. 그만큼 매 단계마다 노심초사했다. 말이 목표지 기실 세 개의 고비와 다름없었다. 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며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들. 회사 문 닫을 각오까지 하며 매번 배수진의 승부수를 던지는 마음으로 임했다.  



연말에 방문한 협력업체, 파트너업체들은 예상보다 훨씬 약해져 있었다. 여전히 코로나 2년의 상흔에 시달리는 모습.

오를 대로 올라버린 인건비와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장 탓에 직원을 대거 내보내고 사장과 직계가족이 고생하는 업체도 있었고, 공장을 확장이전하려고 땅을 사고 건물을 짓다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재무적 어려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업체도 있었다. 우리 회사의 발주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지만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난들 코로나 시국에 용 빼는 재주가 있었을 리가 있나. 내 회사도 신통찮은 상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지막 고비를 돌파하는 일은 그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들은 들떠있는 연말에 홀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랜 고심 끝에 나름 방법을 찾아서 수정 제안의 형태로 던졌다. 답이 없다. 또 시간만 하염없이 흐르고, 어느덧 새해를 맞았다. 아, 힘들다 힘들어.




흉통이 있었던 다음 날, 아내가 종합병원에 안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아내도 안다. 장이든, 위든, 혈액 검사든 결과를 들으러 주치의 친구에게 가면 건강 관리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늘 듣는다는 걸. 그래도 남편이 흉통에 끙끙대는 장면을 난생처음 눈앞에서 봤으니 동맥경화나 협심증 같은 걸 의심했겠고 걱정이 잔뜩 됐겠.

예전에 심정지로 입원을 했을 때도 수술, 시술 없이 퇴원을 했다. 막힌 혈관 같은 건 없었으니까. 아내는 표정으로 그러면 왜? 하고 물었다. 코티졸 때문이고 아드레날린 때문이지. 내가 답했다.


공황장애는 불안에서 온다. 선택을 받아야만 인기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연예인이 많이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의 선택, 감독의 선택, 동료의 선택, 피동의 삶.

극심한 불안은 뇌에서 코티졸 호르몬 분비를 유도한다. 언제라도 달려들 것 같은 호랑이가 코앞에 있으면 혈관이 수축되어 심장은 터질 듯 뛰고 근육은 팽팽해진다. 살기 위해 몸이 언제라도 도망칠 준비,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호랑이 앞에 선 듯 바짝 긴장한 상태로 계속 몇 년을 살면 몸이 남아나겠나. 몸 곳곳에 탈이 난데이. 약한 데부터 터지는 거지. 심지어 심장 근육이 멈추기도 했고. 그걸 겪은 내 몸은 기억을 하는 거야. 연말부터 한참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이 퐁퐁 몸으로 퍼져나가니, 예전에 겪었던 대로, 몸이 기억하는 회로대로 오작동을  게지. 그래서 그랬던 거야.--  

내 설명이 탐탁지 않은 눈치였다. 그래도 뭐, 어쩌랴.

나도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라 친절하거나 다정하지 못했다. 또 후회할 일 하나 보탰다.




출근하고 루틴대로 냥이들 밥통을 채우고 똥을 치웠다. 커피 한잔하고 짧게 업체 방문을 하고 돌아왔다. 11시쯤 전화가 울렸다. 일이 풀렸음을 직감했고, 예감은 맞았다. 경직된 몸이 풀렸다. 심호흡을 하며 공장 안과 주차장을 서성였다. 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 높은 산 정상 올라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큰 숨을 몰아 쉰 느낌. 홀가분했다.

경마 출발 신호에 말들이 두두두두 달려 나가듯이, 상상하며 준비했던 생각이 두서없이 쏟아졌다.

잠깐만. 이러면 안 된다. 정리가 필요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무엇을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차 시동을 걸었다. 갈 데는 없어도 일단 달아나듯 회사를 벗어났다. 달뜬 마음을 식히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건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금 멀리 떨어진 아는 동생 커피숍으로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딴짓을 하는 것, 냉정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


독서모임 멤버인 김진섭 화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판매가 목적이라 한다. 볼수록 좋다. 비싼 게, 내겐 흠이다.



결과를 기다리다가 새해를 맞았을 때 찜찜한 불안을 느꼈다. 짜장면 먹고 티슈를 찾지 못한 듯 개운치 못한 느낌. 목적한 건 다 했으면 참 좋을텐데. 

정월 초하루가 돼야 진짜 새 해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전에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하는 마음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중첩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마침내. 


올해는 미친 듯이 달려야겠다. 왜 하필 미친 듯이냐고? 도약, 성장, 확장 같은 단어를 품고 달리면 밝은 표정과 기쁜 마음으로 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미친놈처럼 막 웃으며 달리는 사람 보시면 저인줄 아셔요.


 




 


 

매거진의 이전글 흉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