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수육을 사러 봉덕 시장에 들렀다.
공용 주차장과 돼지국밥집은 거리가 꽤 있었다.
주차장을 나오며 만난 첫 갈림길에서 언뜻 보기에 지름길 같아 보이는, 한 사람 겨우 지날법한 작은 골목을 택했다.
좁은 골목을 나와 좌회전, 우회전.
방향은 맞는데 가다 보니 데드 엔드.
할 수 없이 찻길을 따라가는 우회로를 걸었다.
좀 돌긴 하지만 식당을 못 찾기가 외려 어려운 길이다.
수육을 사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 보단 덜 헤맸다.
한 번 뒤돌아 나온 게 전부.
고등학교 때 관문시장이나 서문시장 같은 재래시장을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왜냐고 물으면 턱을 치켜들고 목소릴 깔며 잔뜩 겉멋 든 표정으로 시장엔 인생이 있다는 개소릴 했었다.
오래된 시장통에서 순전히 감으로 지름길을 확신하다가 시간을 낭비한 오늘.
깨달았다.
시장엔 인생이 있는 게 맞다.
시장통 미로에서 빨리 성공하려다가 아주 먼 길을, 돌고 또 돌던 젊은 나를 만났다.
그 녀석의 개소리는 헛소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