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만에서 매일 바다만 보고 살던 내가 대구로 이사를 온 건 여섯 살 무렵이었고 3년여 봉덕동에 살았다. 바다 대신 저 멀리 앞산을 매일 보았다.
70년대 봉덕동은 대구 외곽이었다.
우리 집에서 아이 걸음으로 10분쯤 걸으면 7번 버스 종점이 있었고 미군부대 담벼락이 만리장성처럼 늘어서 있었다.
좁은 평수의 단층 주택들이 비포장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던 외진 동네였다.
우리 회사가 있는 고산골은 사십여 년 전 그때에 머물러 있다.
애용하는 산책로 두 개 중 한 길은 딱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다.
골목 마지막 집을 지나면 곧장 흙길이 나오고 밭이 이어져 있던 그때와 같다.
이 길을 걸을 때면 마음의 부유물이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강산이 여러 번 변했을 그 옛날, 그 아이의 마음을 떠올리려 애쓰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