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 산책로에선 몇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는 거리와 이름만 보여준다.
그 길이 험한지, 마른 지, 진창인지, 평탄한지, 가파른지, 알려주지 않는다.
삼거리에 서서 눈에 보이는 곳까지의 길 상태와 그 길로 방향을 잡는 사람들의 수를 보고 고른다.
용두토성 길로 발을 들인다.
오늘, 이 시간, 이 길이 아니었다면 존재도 몰랐을 사람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상상한다.
어쩌면.
나도 다리가 아팠다면 옆에 앉았을지 모른다.
말도 붙였을지 모른다.
짧은 대화에 뜻이 통할지도 모른다.
하산길에 막걸리를 마실지도 모른다.
나이를 넘어선 친구가 생겼을지 모른다.
이 길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할 풍경을 만난다.
맑은 공기에 머리는 개운해지고 다리 근육은 기분 좋을 만큼 팽팽해졌다.
나선 보람이 생긴다.
어느 길을 걸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갈 수 있었던,
갔으면 좋았을,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으련다.
이번 산책은,
이 길이 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