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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

by 수필버거



권태가 평온한 삶의 친구라면,

불안과 걱정은 저지르는 자의 부록이다.



내리는 토요일 아침.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서 편의점 통유리창에 달라붙듯 놓여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비 구경을 했다.

어닝(awning)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내리는 비가, 피하기 어려운 불안과 걱정처럼 보인다.


어닝 밑에 있으니 더위 씻긴 바람줄기는 청량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은 운치 있다.


주말이 차양 같다.


주말 이틀은 어닝 밑에서 비 피하듯,

잠시 비켜 앉아 무거운 감정을 구경하려 한다.



낮은 산 꼭대기에 산안개가 걸렸다.


비가 그칠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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