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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게

by 수필버거

폰에 저장된 사진의 반 이상은 앞산, 정확히는 용두산 산책로에서 찍은 것들이다.


딱히 마음먹고 그러는 건 아닌데, 산길 걷다 보면 그날 유독 눈에 드는 게 있어서 그렇다.


오늘은 경사 급한 시멘트 길 옆 도랑의 이끼 낀 돌벽을 바라보다가 느닷없이 '사선斜線'이 생각나서 몸을 삐딱하게 돌려 삐딱한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참으로 곧은길은 굽어 보이며, 길은 원래 꾸불꾸불한 것이다'는 말이 나온다.


젊은 눈에는 번듯한 직선 대로만 멋있어 보였다.

굽고 좁은 길은 구차해 보였다.

......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매일 다른 게 보인다.

매일 다르게 보인다.





하산길에 캔커피 마시며 앉아 사진을 찬찬히 살핀다.


그날의 공통된 느낌이 보이면 짧은 글을 붙인다.





흑백으로 바꿔 본다.


찍은 뜻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걷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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