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낼게요, 병헌씨!

사소하게 아등바등 산다

by 수필버거

모든 상황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어쨌거나 해야 하고 어쨌거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일은 항상 변화를 강요한다. 내가 바뀌어야 하고 상태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시작해야 하는데'를 반복하면서 시간만 흘러간다. 궁지에 몰린다.

그렇다고 등 떠밀리듯이 끼역끼역 억지로 시작하기는 싫다. 싫다기보다 그럴 수가 없다.

내키지 않은 일을 오래, 잘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 마음이 활활 타오르게 해 보자!

근데 어떻게 불씨를 살리지?


해결책을 발견하는 곳은 지금 이 자리보다는 낯선 곳인 경우가 많다.

첫 시도로 마음의 불을 지피기 위한 독서를 했다. 힘이 불끈불끈 솟게 하기 위해서 손 정의의 책을 읽었고,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읽었다.

읽는 동안만 불이 파드닥하다가 피시식 꺼진다.


영화를 볼까? 레이 크록의 전기 '파운더'를 다시 봤고 '대부 2'를 또 봤고 '스티브 잡스'까지 봤다.

또 피시식.

이젠 진짜로 큰 일이다. 저기 어디쯤 벼랑 끝이 보인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데.... 내 마음은 요지부동.

계속해서 만사가 회의적으로만 보인다.


(멜로가 체질 스틸 컷/구글 이미지)


지친다. 자포자기하는 심정 반, 기분 전환이나 하자는 심정 반으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 병헌 감독이 쓰고 찍은 드라마. 일단 재미는 보장이겠지? 잠시 일 생각은 잊고 웃기라도 해야지. 생각을 좀 쉬고 싶었다.

1화를 보고, 2화를 보고. 어라?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데? 오호~

삼 사일 동안 정주행.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웃고, 눈물짓고 하다가 스멀스멀 내 마음이 콩닥이는 것을 느꼈다. 생경스럽다. 이런 느낌이 얼마만인지...

드라마의 대사 그대로이다. 마음이 폴짝폴짝, 마음이 덩실덩실.

그리고 나를 툭툭 친 대사 두 개 더.

'간절한 것은 평생 가지.'

'그래도 우리는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으니까.'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주르륵 떠올랐다. 왜 해야 하는지도 생각이 났다. 마치 기억이 나듯이.

연애 드라마를 보고 나의 일이 하고 싶어 진다? 갑자기요? 뭐지?

그러다가 '아!' 했다.


맞다. 그랬었다. 나는 내 사업을 사랑했었다. '간절하게.' 그때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처럼.

그래. 지금 내 모습은 그때 간절히 바랐던 그 모습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잖아.

모든 사랑이 다 이뤄지나? 모든 사장이 다 재벌회장 되나?

간절했던 것을 시작했고, 긴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

또 변화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간절하게. 최선을 다해.

연애드라마가 내 일에 대한 묵은 사랑을 깨웠다.

그래. 이젠 시작해도 되겠다.

또 계획은 틀어질 테고 예상은 깨지겠지만, 그래도 한참은 지치지 않을 단단하고 폴짝이는 마음이 생겼으니까.


주말에 이 병헌 감독의 '힘내세요, 병헌씨'도 키득거리며 봐야겠다.

병헌씨가 고마워서 제일 비싼 곳에서 다운로드할 거다.


"힘낼게요, 병헌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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