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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Sep 07. 2024

행복은 저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일부러 나를 더 우울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 든 생각 중 하나는 '남이 나를 힘들게 만들어도, 나는 나를 힘들게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다른 나람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나까지 더 해서 나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괜한 억울한 마음에, 지고 싶지 않아서, 그냥 이유 모를 분노에 나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 데 참여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주, 매우,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제 엄마는 저와 성향이 비슷합니다. 감성적인 저를 볼 때 엄마가 걱정하셨던 것은, 우울에 제가 잠식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의 20대에도 많은 일이 있었고, 곡절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우울을 느끼는 것도 영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엄마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그 우울을 더 끌어안았습니다. 우울 속으로 들어갔고, 가라앉았죠. 계속 슬픈 일을 곱씹었고, 자신을 더 비참하게 바라봤으며, 거기에서 나올 생각을 하기보다는 거기에 들어가는 것을 즐기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손재주가 좋으신 엄마는 예술가적 기질이 있고 이 역시 그의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그 세월이 너무 아까웠다고 이야기했어요. 괜히 더 우울하고, 슬프게 있었던 그 시간이 너무 아쉽고 아깝다고요. 그러니 저는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저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불쌍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약 이랬다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은, 내 주변 환경 등이 받쳐주지 않아서 일어났다고 생각한 일 역시 점점 더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엄마처럼 슬프고 우울한 일이 생기면, 무시하거나 환기가 잘 안 됩니다. 그 일을 붙잡고 끌어안죠. 보통은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세상 비참한 사람이 되고, 우울해서 주체가 안되죠. 사실, 지금도 그런 성향이 있기는 해요. 특히 가까운 사람과 무슨 일이 생기면 너무 슬프고 우울해서 다른 일이 잡히지도 않죠. 


 그래도 예전보다 훨씬 그 강도가 줄었습니다. 그리고 실패나, 좋지 않았던 결과에 연연하는 것도 이제 거의 없죠. 후회하는 대신에 미래를 그리고 긍정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고, 사람들 때문에 약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꼈던 날은, 자다가 눈을 떴는데 텔레비전 밑에 기계에 시간이 떴는데 새벽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에 가야 한다는 공포가 갑자기 저를 짓눌렀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어요. 울면서 호흡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어서 숨이 막혀서 죽을 까봐 더 무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첫 패닉을 겪고, 저는 용기를 내서 정신과에 찾아갔어요. 첫 번째 정신과는, '나중에 그분들 고소하실 거면 추가적으로 검사받으시는 건 어떠세요?'라는 말을 했고 그 역시 상처고 실망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항상 친절한 간호사 분과, 적당히 거리감이 있는 의사 선생님이 있는 곳이었어요. 처방받은 약은 효과가 좋았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거나 무서운 감정을 줄여주었습니다. 평소의 저보다 훨씬 차분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원래 조금 예민한 사람은 약을 먹으면 평소보다도 훨씬 더 무뎌진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단약을 한 후, 원래 성격으로 돌아오고 가끔 패닉이 올 것 같아 두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최악을 면하고는 했었어요.


 예전의 저 같으면 어땠을까요?

 제게 일어난 일이 너무 억울해서 거기에 빠져서 우울하다고 회사를 그만뒀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요. 그리고 약을 먹으면서 또 슬픔에 빠지고, 울고, 남 탓만 하면서 집에 박혀있을지도 몰랐을 일이죠. 저는 대신에 화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병원에도 가고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우울에 잠식당해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해봤어요. 마지막즈음에는 팀장님의 배신 등으로 또다시 마음 아픈 시간이 있었지만 또 블로그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또 다른 방법으로 삶을 즐기기 위해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최근에도 어떤 일이 진행되는 데에 있어서, '일'이나 '나'에 집중하는 대신에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리기도 하고, 계속 곱씹고 화를 내느라 며칠을 힘들게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 봤자,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화가 많이 나고 더 속상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알 수 없는 타인의 생각을 생각하고, 나쁜 감정을 곱씹고 하는 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난 후에는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며 기분을 관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상 행복하거나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어려운 일이 왔을 때 먼저 드러누워서 잠식당하기를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발목까지도 오지 않는 우울의 바다에 코를 박을 필요도 없고, 넘쳐오는 파도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주변에도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은, 책들을 있을 테니까요.

 

 닥쳐온 불행한 상황에 나까지 합세해서 나를 함께 공격하지는 맙시다. 힘든 상황을 자양분 삼아서 더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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