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꿈속에서요
제목이 꽤나 거창하죠?
뭐 제가 대통령이 되었다던가, 직업적 성공을 이루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어린 시절에 '아~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삶을 만들어가고, 살아내가고 있을 뿐입니다.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상일지라도 저에게는 때때로 벅차오를 만큼 행복함과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것 들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비행기 한 번 타 보는 게 꿈이었습니다. 다른 집 애들은 미국이며 일본이며 가끔 나가는 것 같은데 저는 다들 가봤다는 제주도도 못 가봤습니다. 수학여행으로는 제주도에 갈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초등학교 시절에는 경주로 갔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사고 문제로 다 같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결국 저는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하고 학창 시절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 즈음이었을까요?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중국여행을 갔는데, 그때 비행기 타던 게 정말 신났습니다. 그러다가 대외 활동으로 중국에 다시 한번 가보게 되었죠. 그리고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면서 처음으로 장거리 비행기도 타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만 타 봤으면 좋겠던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타면서 크게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요즈음에는 비행기 타는 게 피곤하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꽤나 행복감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의 저는 제가 이렇게 비행기를 많이 탈 수 있을지 상상이나 했을까요?
유럽여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폴란드에 있으면서, 2주 정도 프랑스와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호주에 있을 때에는 유럽을 한 번이나 가보려나 했었는데 꽤나 오래 머물렀고 여행도 해봤었죠. 어디 사진에서나 보던 건물들이 앞에 펼쳐질 때에 얼마나 심장이 뛰던지...!!! 스페인에서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제 눈으로 볼 줄은, 제가 구엘 공원을 거닐 줄은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고흐와 모네의 그림도 실물로 제 앞에 나타나고, 에펠탑을 직접 볼 줄은 몰랐었습니다. 나중에 유럽도 갔었는데, 빅 벤이며 패딩턴 역이며 어디 영화에서 보던 것들이 앞에 펼쳐져서 또 어찌나 즐겁던지요. 그러고 돌아와서 한국에서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책을 봤는데,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스페인 얘기를 하면서 제가 갔던 장소들을 언급하는 거예요! 제가 그 만화를 보면서 마지막에 막연히 부러워했던 기억만 남아있었는데, 그 장소가 바르셀로나였다니! 어렸을 때 부러워만 했던 장소들에 직접 가봤다는 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다 갈 수 있다고 소리쳐 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외국어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보는 영어 듣기 시험이나 수능 듣기 시험은 꽤나 잘했지만, 말은 한마디도 못했었고 외국인을 만난 적이 없으니 당연히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외국인이라는 자체에 당황해서 더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무작정 호주로 떠났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할 수 있느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영어로 주문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영어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이것 역시 제가 꿈꿔왔던 미래이기도 하고요. 간신히 몇 마디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 스페인어도 조금은 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어린 시절의 제가 깜짝 놀랄만하지 않으려나요?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녀 보고 싶다는 꿈도 이뤄가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도 있어봤고, 폴란드에서도 조금 살아봤고, 지금은 남미의 한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 다른 나라에서 더 살아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비행기도 못 타봤던 아이가 지금은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이것 역시 생각할 때마다 제게 뿌듯함과 행복감을 주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꿈, 또는 지금의 꿈은 생각해 보면 전혀 현실 적여 보이지도 않고,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또 간간히 그려본다면 내가 원하던 방법이 아니고, 내 생각보다 조금은 늦을지라도 그런 꿈속에서 살고 있는 나를 만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의 희열과 만족감은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일상 속에서 어린 시절 꿈꾸던 내 모습을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치찌개 안에 고기를 반을 넣는 다던가, 아이스크림을 세 개씩 사 먹는다던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격을 보지 않고 고른다던가, 누군가 없이 혼자 마음껏 버스를 탄다던가 하는 모든 것들이 꿈꾸던 본인의 모습이니까요. 그 크고 의미 있는 성취들을 기쁘게 누리고, 또 미래의 나를 위한 행복한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