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들 합니다.
저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해외에 대해 동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이런저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정말이지 너무 유학이 가고 싶어 졌었어요.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당시에 말하거나 부탁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다는 이야기를 믿고, 부모님께 뉴질랜드로 너무 유학이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당연히, 저희 집 형편에 그건 어려웠어요. 한동안 블로그에서 뉴질랜드에서 자녀를 키우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왜 우리 부모님은 저런 결정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해외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부럽곤 했었습니다. 그 시절, 그런 결정을 하신 그 부모님들도,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살아가게 된 학생들도 당연히 힘듦이 있고, 고충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그 당시에 짐작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마지막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정말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그 시기를 지나면서 제가 생각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제가 딱 맞는 때에, 해외경험을 하게 되었구나 하는 것이었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학창 시절 저는 엄청난 길치였습니다. 친구들이 약속장소를 정할 때, 저는 그냥 출구에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그런 제가, 만약 부모님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셔서 저를 해외에 혼자 보내주셨다면 어땠을까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길을 일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뿐인가요? 오페어를 하면서 호주 현지인들과 지냈는데,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은근한 인종차별과 무시, 통하지 않는 언어, 답답함, 서러움 등등. 부모님 집에서 지낼 때에는 생떼도 피우고, 내가 맞다고 우기기도 하고, 항상 당당했는데 남의 집에서는 어찌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던지요. 그 경험을 어린 시절 했다면, 저의 성향상 너무 크게 상처받고,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경험이나, 원하는 일이 있었을 때, 왜 이게 빨리 안 이루어지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는 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경험을 일찍부터하는 것 같고, 나는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을 척척 이루고. 누구는 영화 같은 삶을 만들어가는데 나는 왜 아직도 이모양일까 하고요. 하지만, 이제는 사람마다 때가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유명한 말처럼 피는 계절도 다르겠지만, 각각 어떠한 경험을 하기 좋은 때가 있으니까요. 저는 조금 늦었다고 할 수도 있고, 남들이 보기에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것들을 제 때에 맞게 알맞게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빠르게 경험하는 것이 모두에게 맞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어린 시절 바라던 데로 유학을 일찍이 시작했다고 하면 어땠을까요?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해외생활을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함께하는 소중한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겠죠?
저는 앞으로도 이렇게 제게 알맞은 때에, 제게 허락된 것들을 경험하고 그 경험 속에서 배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알맞은 때는 다르니까,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저에게 집중하면서 제가 지금 배울 수 있는 것들, 즐길 수 있는 것들,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느끼면서 저의 시간에 맞게 알맞게 자라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