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아 곱씹지 않고요
저는 소위 말하는 마음이 여린 사람입니다.
누군가 무신경하게 던진 말을 며칠이고, 어떤 때는 수년을 마음에 담아 가끔 풀어보며 끙끙 앓는 사람입니다. 지금이야 훨씬 나아졌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말이 가슴을 후벼 파서 피가 철철 흐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어쩜 저런 말을 하지?',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결국 힘이 드는 건 저 자신이 됩니다.
저에게 있어서 '어른'은 곧 '여유'였습니다.
쓸데없는 말은 그냥 흘려듣고, 자기 자존심만 세우지 않고 어떨 때는 져주기도 하고 남을 치켜세워주는 자세를 가지기도 하고, 안절부절못하면서 끙끙거리기보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안 되는 건 안되는 데로 놔두는 그런 태도요. 누군가 뭐라고 한다고 울면서 몇 날 며칠을 지새우는 게 아니고 시원하게 욕 한 번 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여유요.
저는 제가 꿈꿨던 어른의 모습으로 제가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던진 말에 휘청이면서 절망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요.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저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굳이'하지 않아도 될 말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 기분이 나쁠만한 이야기나, 외모 같은 부분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쉽게 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편이니 조언이나 충고도 입을 닫는 편입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저에게 외모에 대해서 지적하거나, 충고를 한다면 기분이 상합니다. '누구는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고 있는 줄 아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왜 참지 못하는지에 대한 화가 날 때도 있고, 반대로 그 정도로 언급할 정도의 일인가 하여서 크게 상처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인만큼, 누군가는 그냥 생각이 나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무게가 덜 나갈 수도, 더 나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저와 다른 사람이고, 그러니 말의 무게도, 말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당연히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로 적당히 무시할 수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새겨들어야 할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의 말에 가치를 두고 곱씹지 않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마음에 들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생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하려고 하든, 무엇을 하고 있든, 그냥 어떤 관계를 맺든 간에 한 두 마디 말은 나올 것이고 분명 좋지 않은 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에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나 말을 곱씹으며 휘청거리기보다는 내가 지금 원하는 것과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묵묵하고 단단하게 나아가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저의 초심대로, 제가 인생에서 가치를 두는 것을 생각하면서 단단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