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째 상자: 불량식품

즐거웠던 슈퍼에서의 일탈

by 지현


이름에서부터 '불량'이 들어간 간식들이 있었습니다. 주로 마트나 문구점에서 팔고는 했는데 100원 200원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말 동전 하나 가져가기만 해도 만날 수 있는 녀석이었는데, 딱히 배가 차는 것도 아니었지만 뭔가 약간의 일탈을 저지르는 듯하면서도, 일반적인 과자나 사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했는데 어떤 것은 웃는 모습이 그려진 작은 알약 사탕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 약 포장이 되어있는 것처럼 안에 들어있어서 톡톡 눌러서 까먹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었을 무렵 담임선생님께서 약사 놀이였는지 병원 놀이인지를 한다고 아이들에게 이런 걸 몇 개 사 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사 오라고 했으니 당당하게 엄마랑 마트에 가서 평소처럼 한 개가 아니라 몇 개를 집는데 괜히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탕류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거품이 흐르는 맥주잔 모양의 '맥주사탕'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아이들과 같이 '나 맥주 마신다~' 같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빨아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바닥 모양의 사탕도 있었는데 파란색을 사서 먹으면 혓바닥이 사탕처럼 새파래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면 서로 또 그 모습을 보고 좋다고 메롱을 하며 깔깔거렸었습니다.


제가 사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담배와 똑같이 생긴 초콜릿도 있어서 아이들이 가끔 가서 담배 피우는 척을 하기도 했었던 기억도 납니다. 진짜 담배나 맥주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면서, 괜히 그런 걸 사서는 왠지 어른이 척하면서 놀았던 추억이 있네요. 가만히 기다려도 어른이 될 텐데 그때는 어찌나 마음이 닳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아폴로라는 것이 있었는데 얇은 빨대정도 되는 두께의 투명한 플라스틱 막대 같은 것에 들어있는 것을 뽑아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이빨로 앙 물어서 긁어내서 먹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눌러가면서 먹기도 했습니다. 딱히 색깔에 따라서 맛이 달랐던 것 같지도 않지만 좋아하는 색을 또 찾아서 골라먹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저희 동생은 또 쫀디기같은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희한한 맛이 나는데 쥐포는 아니지만, 쥐포처럼 찢어지고 미묘한 맛이 났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었습니다.


불량 식품은 아니지만 좋아했던 것들이 있는데, 바로 여름에 문구점에서 팔았던 얼린 쥬시쿨입니다. 얼린 쥬시쿨의 윗부분을 잘라서 나무 막대기 같은 것으로 긁어서 먹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때 어찌나 더워도 에어컨을 잘 안 틀어주던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수업도 듣고 뛰어놀다나 나와서 먹는 쥬시쿨은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친구와 하나씩 사서 사각사각 긁어먹으면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납니다.


나중에는 슬러시를 파는 기계도 들어와서 오렌지, 포도 맛이 있었던 슬러시를 사서 먹기도 했습니다. 슬러시 빨대는 다른 빨대랑 다르게 밑이 자그마한 스푼 같은 모양으로 되어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지고 놀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얌전히 떠먹기도 하고, 먹여주겠다며 반대편 빨대를 입에 물어서 퍼보기도 했었습니다 쫘악 마시면 갑자기 색소 부분만 쏴악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순간은 재미있고, 입안 가득 단 맛이 들어와서 좋았는데 그다음에는 아무 맛없는 얼음을 먹어야 했었습니다.


지금은 쉽게 보기는 어려운 음식들이었습니다.

학교 앞에 잔뜩 있었던 가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추억을 나눌 수 있고, 아이들에게 고된 하루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음식은 요즘 무엇일까요?


수, 일 연재
이전 10화아홉 번째 상자: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