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에 대한 고찰
아내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싸웠던 적이 있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공격했고
아내는 우리 둘 사이에 일반적인 사람들 얘기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범주에 내가 먼저 들어가서
아내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내를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 딴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대로
내가 일반적인 사람이고 아내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의한 것도 나였고
내가 정의한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과 아내가 다르더라도
굳이 아내가 일반적인 사람들과 똑같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내가 내 멋대로 정의한) 일반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대화하며 아내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일반적인 사람들 얘기는 필요 없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일반적이란 것은 무엇일까?
누가 일반적이라는 기준을 만들었으며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비정상적이거나 틀린 것일까?
누구에게 물어봐도 일반적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주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표준대국어사전에는 첫 번째 뜻으로
'일부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전체에 걸치는 것'으로 풀이되어 있다.
출처: https://ko.dict.naver.com/#/entry/koko/5fd5b1db53a94937bc59e1072e9b6b7e
일반적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인 general은
of, relating to, or affecting all the people or things in a group; involving or including many or most people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출처: https://en.dict.naver.com/#/entry/enen/7868e73db95a470d8bd2264c845b0f6d
표준 대국어사전에 나온 '전체에 걸치는 것'이라는 뜻과 영어단어 general의 '모든 사람 또는 물건에 관련된' 또는 '모든 사람 또는 물건에 영향을 주는; 많은 또는 대다수의 사람을 포함하는'이라는 것을 볼 때 일반적이라는 것은 전체를 의미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 우리는 '전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많은 또는 대부분을 차지하는'이라는 다소 애매한 내용을 표현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라는 단어를 쓰는 것 같다.
'전체라기보다는 많은 수, 또는 대부분'
그렇다면 99% 이상의 사람이 비슷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90% 이상이라면? 80%? 70%? 60%? 50%? 40%? 30%? 또는 그 이하라면?
어디까지 일반적이고 어디까지 일반적이지 않은 것일까?
이렇게 숫자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을 볼 때 '일반적'이라는 단어는 다소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인 말이다.
누군가 일반적이라고 말할 때 누구에게는 일반적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일반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의 생긴다.
일반적인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반적이라는 단어가 정확하지 않다고 하긴 했지만, 한번 양보해서 일반적인 기준이 명확하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기준이 명확하다면, 일반적인 것은 다 옳은 것일까?
다른 사람들을 해치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속한 범죄 집단에서는
범죄행위가 일반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반적인 것은 주관적이며,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옛 일을 다시 떠올리며 아내와 싸웠을 때 내가 일반적이라는 말을 왜 사용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옳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
(굳이 이긴다고 이기는 것도 아닌) 부부싸움에서 이기고 싶어서
일반적이라는 단어를 찾아 아내를 작아지게 만들려 했다.
상대방의 다름을 나와 구분 지어 낮춤으로써 나 자신을 높이려고 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아내와 싸웠을 때의 내 마음에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아내 또한 그 당시 일에 대해
다수의 무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소외감이 생겼으며,
혼자만 틀린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 내가 사용했던 일반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내는 그대로 공격을 받았고 적잖이 상처도 받았다.
일반적이란 단어를 사용한 싸움 뒤에 정신을 차린 후 내게 남은 것은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의도했던 공격이 성공했다는 것에 대한 승리감이 아닌
그 말로 인해 상처받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였다.
결론적으로
내가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애매하고 설득력 없는 근거를 너무도 당당하게 얘기함으로써
아내는 상처를 받았고 나는 아내가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한 뒷수습을 해야만 했다.
일반적이라는 단어가 또 많이 사용되는 예로는
'일반적으로 다들 이렇게 해'라는 문장이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래도 되는 것처럼 또는 우리도 그렇게 해야 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들 이렇게 해'라는 행동을 깊게 들여다보면 꼭 그렇게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적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반적이라는 말에 대해 얼마큼이 일반적인지 잘 따지지도 않는다.
일반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나도 그 일반적인 그룹에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의 말을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일반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다 옳은 것도 아니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니다.
과학, 기술, 예술 등의 분야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바뀐다.
일반적이라는 단어로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누군가를 제외시키거나
또는 일반적인 틀에 끼워 맞춰 제한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일반적인 틀에 끼워 맞추거나
또는 그 일반적인 틀에서 제외시킨다고 하더라도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다 다르고,
모두 다 개성 있고,
모두 다 가치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반적'이라는 단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