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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플랫폼 May 30. 2022

참죽나무 / 화병

누군가 무엇을 주었을 때 잘 받는다는 것은 주는 이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이다.

잘 받는 그 모습이 주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려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회사 근처에 사시는 분이 밭에 고사한 나무가 있는데 필요하냐고 물어 왔다. 나무를 취미로 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렇게 마음 써주시는 일이 종종 있다. 밭에 함께 가보니 고사된 지 꽤나 됨직한 참죽나무 한그루가 중간쯤이 잘려 서있고 그 근처에는 반은 썩었을 것 같은 가지들이 누워 있었다. 목공 재료로 쓰기에는 좀 그러했으나 감사한 마음에 모두 실고 왔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정말 좋은 나무를 가지고 회사에 찾아오셨다. 저번에 그런 나무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이런 나무 주면 더 좋아하겠다며 그 무거운 나무를 혼자 실고 오셨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 곰삭은 참죽 -



참죽나무 화병 만들기
 
1. 모양 구상하기
2. 구상한 모양에 맞는 나무 고르기
3. 깎고자 하는 크기에 맞춰 자르기
4. 중심 부분에 플라스크가 들어갈 구멍 뚫기
5. 목선반으로 깎고 사포 작업하기



공방에서 시간이 어정쩡할 때는 굵은 가지를 이용해서 화병을 깎곤 하는데 속을 완전히 파내는 정식 화병이 아니라 가운데에 플라스크를 넣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만드는 방식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만들기도 간단하다. 나무 화병에 마른 꽃만 꽂아 두려면 관계없지만 생화도 꽂아 두고 싶다면 유리나 플라스틱 플라스크를 넣어 두면 물을 갈아 주기도 쉽고 나무도 썩지 않아 일석이조이다.




화병의 겉모양을 정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먼저 내가 깎고자 하는 모양을 정한 뒤 그에 맞는 나무를 고르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나무의 생긴 모양에 맞춰 화병의 모양을 정하는 방식이다


오늘은 나무의 모양에 맞춰 깎아 보도록 하자

먼저 드릴 프레스로 플라스크가 들어갈 구멍을 뚫어 준다.


- 플라스크 자리 구멍 뚫기 -



이제 가지목을 목선반에 걸고 구상한 대로 깎아 나간다. 돌아가는 목선반에 볼 가우지(둥그런 목선반용 칼)를 살짝 대면 거친 표면이 깎이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처음에는 표면이 고르지 않아서 소리도 “툭 툭 툭”하고 거칠게 나다가 어느 정도 표면이 정리되면 칼 밥(나무가 칼에 깎이면서 나오는 나무 부스러기)이 길게 나오면서 소리 또한 매끄럽다.




잠시 멈추고 깎인 나무 표면을 살펴 나무의 무늬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구상한 것을 수정한다. 칼을 든 사람은 본인이어도 어떻게 깎일지는 나무가 결정한다. 어찌 보면 나무와 작업자의 협동 작업이다. 실은 주도권의 80%는 나무가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협업이 끝나면 이제 사포 작업을 할 차례이다. 이때는 목선반의 회전 속도를 1,000 rpm 이하로 많이 줄여야 한다. 빠른 속도로 돌린다고 빨리 연마되는 것이 아니다. 너무 빠르게 돌면 갈린 먼지가 사포에 타서 사포에 눌어붙고 목물 표면도 깎이는 것이 아니라 마찰로 결이 눌린다.



사포 거칠기는 칼질 작업 후, 표면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일부 썩거나 무른 나무의 경우, 칼질 시 뜯겨 나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약 60방에서 시작해야 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약 80방이나 깎인 표면이 고우면 120 - 200방에서 시작하고, 그 후 순차적으로 올라가며 작업한다. 올리는 단계는 현재 사포수의 반씩 더해가며 올라가면 된다. 즉 80방이 끝나면 40 (80 / 2)을 더해서 120방으로 가면 된다. 이 경우, 80, 120, 180, 240, 320, 400, 600의  7단계 정도 사포 작업이 필요하다. 우드워커가 왜 이 작업을 힘들어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 이리라. 보통 처음 2단계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



- 사포 뒷면에 사포 방수가 적혀 있다 -




지루했던 사포 작업이 끝나면 이제 오일을 발라 나무 화병 표면의 오염을 방지하고 수분의 침투를 막아 변형이 오는 걸 방지해 준다. 천으로 오일을 발라 두고 잠시 기다렸다가 나무 화병이 잘 먹고 남은 오일은 닦아 완전히 마를 때까지 하룻밤 정도 재워 준다. 다음날 다시 오일을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리면 완성이다.     







※참죽나무

원산지가 중국인 참죽나무는 귀화한 다문화 식물 중에 가장 적응을 잘 한 나무이다. 봄에 새싹을 틔우면 사람들은 그걸 따다가 무쳐 먹기도 하고 두릅처럼 데쳐서 먹기도 하고 장아찌, 부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으로 삼았다. 또 봄에서 여름 사이에 뿌리의 껍질을 벗겨 한약재로 이용하고 나무가 다 자라 베어 말리면 집 짓는데 아주 좋은 재료가 된다. 참죽나무는 나무가 단단하고 곧게 자라서 오래된 집의 기둥이 참죽나무인 경우가 흔하다. 가구재로써는 붉은 색감이 선명하고 무늬가 아름다워 많이 애용하였다. 나 또한 우리 나무 가운데 느티와 더불어 가장 선호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렇게 참죽나무는 비록 원산지는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민중들과 어우러져 살아왔다. 그래서 참죽나무를 제재하다 보면 빨랫줄을 메느라 박아 놓은 못 들도 많고 새싹을 딸 때 얻은 상처도 많다. 귀화한 나무가 우리 나무가 되다 못해 우리 삶을 지탱해 줬던 것이다.



감사하고 고맙다 참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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